단기적 호조 전망···무역제재 등 중기 불확실성 높아
"수입 다변화, 기술혁신 등으로 리스크 대비해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우리나라의 대미(對美)수출 규모가 21년 만에 대중(對中)수출을 넘어선 가운데, 향후 미국의 무역제재로 수출 증대효과가 약화될 수 있단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등 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달러)을 넘어섰다.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웃돈 것은 지난 2003년 2분기 이후 최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도 역대 최고수준인 444억달러를 기록, 대중 무역적자(-180억달러) 여파를 해소하는데 일조했다.
이 같은 대미 수출호조는 단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무역팀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투자는 우리나라의 대미 직접수출 뿐만 아니라 대중국‧아세안을 통한 간접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제조업 FDI(외국인직접투자) 증가시 투자대상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미국내 생산에 따른 대한국 수입유발률이 2020년부터 빠르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대미 수출 호조세가 지닌 불확실성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산업구조 특성상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낮고, 생산비용은 높다. 이에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팀은 "미국의 제조업 생산구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국산업 투입 비중이 높지만, 수입유발률이 낮다"며 "미국의 높은 생산비용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동반 진출이 어려운 점도, 대미 FDI 확대에 따른 수출증가의 지속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베트남 등으로는 중소기업 투자비중은 40% 이상을 차지했지만, 미국으로는 그 비중이 20%를 하회했다. 또한 향후 미국 소비시장에서 자동차 등 기존의 주력 수출품목 뿐만 아니라, AI 등 첨단분야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로 인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제재도 우려된다. 과거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2018년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FTA 재협상 추진,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한 것을 들 수 있다.
뿐만 우리 기업들의 대미 진출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분야에 집중돼, 해당 분야에서 국내투자 둔화 및 인재유출(Brain Drain) 리스크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제무역팀은 우리 정부가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할 때가 아니라,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대비할 때라고 지적했다.
먼저 에너지·농축산물 등 미국으로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이는 통상압력 완화 뿐만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구조적 리스크 요인도 언급했다. 남 과장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첨단분야에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긴요하다. 특히 해외유출 유인을 낮추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