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피해 없지만 예의주시"···초대형 프로젝트 '네옴' 축소설도 솔솔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이 발생하는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도 나날이 커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주택시장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던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영향이 없더라도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정세 불안이 더욱 심화할 경우 먹거리 실종과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25일 건설업계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의 한 시설을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중동 지역에 포진한 지사와 현장 직원들을 통해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앞서 이란은 이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IRGC 간부 등이 숨지자 13일 무인기,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사상 첫 보복 공격에 나섰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확전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보복에 반대했지만, 결국 이스라엘은 닷새 뒤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우리 기업이 받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에 지사를 둔 대형건설사의 경우 최근 안전을 위해 현지 직원 1명을 '일시 귀국' 조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 사업장이 많지 않고 사우디 등 현장 대부분은 이미 공사가 마무리돼서 실질적인 영향이나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이란 지사에 한국인 직원 1명이 있는데 안전상 이유로 즉시 귀국하도록 조치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중동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는 모두 87곳으로,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따라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에 힘을 쏟아왔다. 중동 지역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봐도 전체의 44%(올해 1분기 기준 24억달러‧한화 3조3146억원)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다른 지역 대부분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과 달리 중동은 93.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중동 전쟁이 확산일로를 걷자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중동지역 수주를 늘려온 현대건설의 경우 미국-이란 대리전 확산 및 아랍국 참전에 따른 5차 중동전쟁 가능성 등에 대비해 마련한 안전 지침을 준수토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침에는 △외부 활동 및 현지인 밀집장소‧시위 예상 지역 방문 자제 등 신변안전 유의사항 △주재국 별 지사‧단계별 행동지침 및 조치를 포함한 안전대책 △비상연락망 구축 및 연락 체계 재점검 △중동 지사, 이스라엘戰 관련 국가별 동향 및 정세 확인, 수시 보고 등 내용이 담겼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사업장이 없어서 직접 피해는 없지만 사우디 현장이나 다른 중동지역 사업장에 간접 피해나 영향이 있기 때문에 안전 지침을 내리고 확산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타격 인근 지역에 사업장이 없어 직접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다. 아직까지 이들 국가에는 특이사항이 없지만, 확전 여부에 따라 발주처가 축소되거나 중동 공사 전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나 영향은 없지만 중동 내 진행 중인 사업이 있다보니까 주시하고 있다"며 "이미 수주한 사업의 경우 피해가 없지만 당장 앞으로 입찰 건에 영향이 있을 수 있고 발주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나 GS건설은 중동 지역에 법인 또는 사업장이 없거나 타격 지점과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환율 및 유가 변동, 물류 차질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 등 리스크나 영향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관리‧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문제는 중동 정세 불안과 더해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원팀 코리아' 전략에 발맞춰 진출한 초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도 이상신호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자금난으로 대폭 축소, 지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삼성물산 측은 "사업 축소라기보다 규모와 일정을 현실화해 단계별 확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회사는 이미 기존 네옴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파악했고 이에 맞춰 입찰 및 사업 참여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건설과 진행 중인 네옴러닝터널 사업은 현재 물류와 인원 수송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 사업으로, 관련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