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잘 나가는 쌍용건설···'건설 명가' 재건 가능할까?
해외에서 잘 나가는 쌍용건설···'건설 명가' 재건 가능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해외 수주 5121억원·국내 건설사 중 13위···대부분 단독 계약·시공
2022년 '글로벌세아'에 인수돼 해외 원가율 크게↓···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위축된 국내 정비사업···김인수 단독 대표 선임해 정비사업 재개 의지 다져
쌍용건설이 시공한 두바이 초특급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 지난해 준공돼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박소다 기자)
쌍용건설이 시공한 두바이 초특급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 지난해 준공돼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건설사가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짓고, 두바이에 '아틀란티스 더 로열', 초고층 빌딩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 등을 시공한 쌍용건설이다. 2022년 말 글로벌세아라는 새 주인을 만나며 해외 사업 지원은 더 늘어난 모습이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실적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7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쌍용건설의 해외 신규 사업 계약 금액은 3억8510만달러(약 5121억원·7일기준)로, 1년 전보다 218.3% 늘었다. 특히 계약 중 99% 가량을 쌍용건설이 단독 계약·시공하기로 한 점이 해외 실적이 비슷한 타건설사들과 다른 점이다. 주요 계약은 아랍에미리트 PLOT6 타워 공사(약 1513억원), 아프리카 적도기니 몽고모권역 상하수도 공사(약 1270억원) 등이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해외 실적은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건설보다 순위가 높은 곳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ENG, 삼성ENG, 대우건설, GS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다. 쌍용건설의 국내 시공능력평가는 지난해 28위로, 회사의 실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두드러진다.

쌍용건설은 과거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 매출일 정도로 싱가포르·두바이 등에서 우수한 시공능력을 보이며 신뢰를 쌓아 왔다. 아울러 2022년 말 글로벌세아그룹으로 인수되며 해외 시공 원가율이 안정돼, 이를 토대로 적극적 수주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글로벌세아는 글로벌 무역·유통사로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2021년 128.8%에 달했던 쌍용건설의 해외 원가율은 1년 뒤 103%까지 26%포인트(p)나 떨어졌고, 지난해 초 94% 수준으로 낮아져 유지 중이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회사는 수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발주처에 낮은 공사비를 제시할 수 있어 수주전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주택사업은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경쟁사들은 매출의 절반이상을 국내 주택사업에서 거두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주택시장이 좋았던 2021년 단 2건만 분양했을 정도로 도시정비사업이 위축돼 있다. 글로벌세아에 편입된 첫해인 작년 쌍용건설의 국내 도시정비부문 수주 실적은 '빈 손'이었다. 수주액은 매년 감소 추세로 △2021년 약 1조5000억원 △2022년 약 1조원 △2023년 0원이다.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를 감안하더라도 정비사업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점이던 리모델링에 사업에서도 밀려났다. 리모델링 누적수주 약 3조원을 기록하며 한때 업계 1위 였던 타이틀은 현재 포스코이앤씨에게 뺏긴 상태다. 지난해엔 심지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기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갑자기 포기하기도 했다. 1600여 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의 공사로, 대규모 단지인 만큼 사업성도 좋았다. 회사는 공사비 상승 이유로 포기한다 주장했지만,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직후 사업 포기 결정이 나 내부 경영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당시 업계는 평가했다.

쌍용건설은 한때 시공능력평가 7위(1995년)에 올랐던 대형 건설사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을 2번이나 겪었다.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두바이투자청을 거쳐 24년만에 민간인 글로벌세아 그룹 산하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40년간 쌍용건설을 경영했던 김석준 전 대표가 내려오고, 김기명 글로벌세아 부회장이 쌍용건설을 맡게 되면서 급격한 경영 변화를 맞는다.

김기명 대표는 취임 후 원가율과 판관비를 낮추고 임원을 절반가량 축소하는 등 고정비를 크게 감소시켜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의 부채비율도 2022년 753%에서 지난해 200%대로 크게 줄었고, 이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김기명 대표는 '유통·M&A' 전문가로, 취임 당시 건설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 우려를 자아냈다. 국내 정비사업 결과만 놓고 보면 걱정은 현실이 됐다.

김기명 대표는 "비건설인이 건설 회사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며 "지난 1년 동안 직업윤리와 시스템이 확립됐고, 감사팀과 품질관리팀의 역할도 분명해졌다"고 사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쌍용건설은 1년 후인 올해 김인수 전 현대건설 부사장을 회사 단독 대표로 하며, 회사의 본업인 건설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다졌다. 김인수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건설통' 이다.

회사는 정비사업 수주실적이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시 정비사업 수주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금천구 시흥5동 919번지와 923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4번째 입찰로 쌍용건설이 계속 단독으로 입찰하며 시공사 선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4층 아파트 42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세아와의 글로벌 사업 시너지도 본격화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해 1월 중남미 아이티에서 '태양광 및 ESS설비 건설 공사·운영 사업'건을 수주하며 현지시장 첫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그룹사인 세아STX엔테크의 태양광 설계 시공 경험,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를 이어오던 세아상역의 해외 네트워크, 쌍용건설의 기술력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선 신용보강이나 지급 보증 등에 대해 글로벌세아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올해는 두바이를 필두로 해외 수주를 늘리고, 국내는 신재생 사업을 새로 진출하고 일부 사업장 분양도 재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어 "공공 수주도 작년부터 지속 개선되고 있어 좋은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