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 "조선업 생산 80%가 하청···다단계 구조 없애야"
[인터뷰]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 "조선업 생산 80%가 하청···다단계 구조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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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중구조 해소 도움 안 돼···조합 구성 어려워"
"'노란봉투법' 반드시 개정해야 조선소·노동자 살아"
김한주
김한주 전국금속노동조합 언론국장 (사진=김수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최근 국내 조선업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3년간의 일감을 축적하며 수주 훈풍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산업을 뒷받침하는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다"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일선에서 목소리를 내는 김한주 전국금속노동조합 언론국장을 만났다.

-조선업 발전에 있어 현재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조선업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의 지속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와 이들을 뒷받침할 권리, 생계유지 가능 임금 수준 등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있어야 회사도 유지되고 경제활동을 한다. 노동자가 일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와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목숨 걸고 일하고, 툭하면 임금 체불에 폐업, 저임금으로 대다수 국내 노동자가 떠났다. 

-조선소에 의하면 직고용 구조는 불황 시 기업에 타격을 크게 준다고 한다. 하청 구조를 완화하는 상생방안의 제안이 있나. 

△조선소는 원래 직고용 구조였다. 과거 전체 정규직 노동자가 지금의 조선소를 만들었고 2000년대 초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며 지금은 생산의 80%를 하청이 담당하게 됐다. 호황과 불황은 모든 경제에서 반복한다. 기업의 역할은 경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구조는 모든 불안을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 대응은 회사가 장기적인 사업 계획 마련을 통해 대비해야 된다.

-하청 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기업의 양보가 우선돼야 한다. 지자체는 하청 구조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으로 조선산업기본법(수주 금액 30%, 노동자 30% 선에서 하도급 규제, 표준근로계약서, 하청 차별 처우 금지 등)을 제정해 다단계 하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하청 중간착취가 사라지면 중간에서 기성금 떼먹는 것이 사라지니 노동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측면 있다. '문제는 기성금' 이슈가 되지 않도록 직접 고용해서 안전과 고용, 적정임금, 처우를 보장하면 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의 활동 모습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정부가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상생 협력 등 여러 정책들이 추진 중이다. 실제로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현장에서 이중 구조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에스크로 도입했다는데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5억,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30억 체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성금 올렸다는데 불황기 떠났던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5년 이상 근속 시 하청 장학금 준다는데 5년 이상 유지하는 업체가 얼마나 되는가. 

-하청 노동자들은 어떤 이유에서 현실적으로 조합을 만들기 힘들어하나.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이 직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 이 욕구를 바탕으로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은데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임금 수준이 낮으면 저항의지가 생겨 동료와 규합이 된다. 하청 구조에서는 짧게는 수개월 영업 후 폐업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조합 구성을 위한 전제인 직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욕구조차 사고하기 힘들다.

-하청 업체들의 폐업과 개업은 왜 반복되는가.

△원청이 관리를 수월하기 위해 발생하는 폐단이다. 원청의 말을 잘 안 듣는 업체가 있으면 통제를 위해 관계를 끊고 다른 업체로 계속 갈아 끼운다. 그럼 하청 업체에서는 일감을 달라고 원청에 읍소하는 과정을 겪는다. 원청이 권한을 독점해 고용불안은 확산되고 처우는 악화되는 것이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법안이나 정책은?

△현재 노조법 개정을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국회 본회의에 통과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핵심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다. 이 법이 통과되고 발효돼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원청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청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지휘·명령하는 자는 원청에 있으니 원청 또한 책임을 지고 하청 노동자의 권리 개선과 관련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산업 분야에서는 조선산업기본법의 입법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 최근 정부가 '조선업 안전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계를 배제했다. 안전과 고용구조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노동계를 테이블에 앉히지 않는 움직임인데 노동계 생각은 어떤가. 

△그래서 일회성 이벤트이고 진정성 없는 립서비스인 것. 올 초 중대재해 다발하고 노동부에 같이 점검하자고 직접 요구했다. 노동부 답도 없고 통영지청도 미온적 대응을 보였다.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노동조합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안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면 기업은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원청 책임 문제부터 안전설비 비용, 하청 구조 완화, 공정 납기 조정 등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 안전 문제에서 이윤 논리가 앞설 수 없다. 

조선소의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조선소의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노동계에서는 어떤 제안이 있는가. 

△사고 피해자 80%는 하청이다. 최근엔 이주노동자 사고가 다발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죽음의 외주화, 죽음의 이주화라 말하고 있다. 위험 업무를 하청과 물량팀, 이주노동자에 떠넘기는 것부터 근절해야 한다. 다단계 하청구조를 없애고 원청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이중구조는 하청 노동자 51일 파업으로 정부가 띄운 이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 국민이 이 문제에 주목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극한 투쟁과 “이대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는 하청 노동자의 메시지가 울림이 큰 까닭이었다. 7.5% 임금 인상됐다는데 시급 1만원으로 치면 750원 오른 것이다. 51일 파업 당시 요구는 30% 인상이었다. 이 상승폭은 불황기 이전 임금 수준을 원상 회복하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은.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해야 한다. 헌법이 기본권으로 정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하청, 이주노동자는 행사하지도 못한다. 헌법상 기본권인데 법과 제도의 밖에 놓여 누리지 못한다. 원청과 교섭하자 행동하면 불법이다. 51일 파업 이후 노조법 개정이 이슈화하고 국회 문턱도 넘은 것도 그 필요성을 국민이 느껴서다. 원청과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하청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 그래야 조선소도 살고 노동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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