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에 가면 진열장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00원이라도 싼 제품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그램(g)당 가격이 나와 있으니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찾아 카트에 담는다. 가격이 오른 탓에 카트에 담긴 물건의 양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음 마트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양을 담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축산물(0.3%), 수산물(0.4%)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20.3% 뛴 탓이다. 가공식품은 1.6%, 석유류는 1.3%, 전기·가스·수도는 4.9% 각각 상승했다. 특히,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과실은 38.7% 상승하면서 3월(40.9%)에 이어 40% 안팎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5~7%가량 올랐다. 특히 냉면은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을 기록했다. 김밥은 한 줄에 3323원으로 6.4% 올랐고,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5.7% 비싸졌다.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은 각각 8000원, 7069원으로 4% 상승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영업을 재개한 을지면옥은 평양냉면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수육, 편육도 최대 5000원까지 올랐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다른 업체들도 1000원 가량 올렸다. 서울 서소문동에 있는 진주회관은 지난달부터 콩국수 한 그릇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작년에도 2000원을 올려 받았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을 올렸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폭은 커진다는 데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1월 가격 인상에 나선 데 이어 2일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피자헛은 3%, CJ제일제당은 조미김 가격을 11% 인상하는 등 식음료 가격 인상이 전방위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식음료·외식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 요구하고 있지만 불안한 유가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소외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유동성 확대로 인한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의 침체로 인한 인플레이션 둔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 교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더 복잡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물가 상승은 경제적 안정과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 물가는 국민들의 인내심을 실험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한 낙관론도 좋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물가 진단은 국민들의 불만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나민수 산업2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