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한 연체율·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잇돌 규모 축소
인터넷전문은행 공급이 90%···시중은행보다 36배 많아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서민들 생활안정자금인 사잇돌대출 공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빈자리는 인터넷뱅킹 기업들이 메우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의 사잇돌대출 공급액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장 상품을 먼저 출시했던 주요 은행들이 은행 건전성을 위해 공급 규모를 줄이자, 금융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올해 1분기 공급한 사잇돌대출은 18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31억2000만원)보다 40.06%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 7억원 △우리은행 4억7000만원 △KB국민은행 3억3000만원 △하나은행 3억1000만원 △NH농협은행 6000만원 순이었다.
사잇돌대출 공급 감소 추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분기별로 살펴보면 2분기 27억2800만원으로 1분기 대비 12.5% 감소했고, 3분기에는 22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하향세(-17.8%)를 이어갔다. 이어 4분기에는 18억50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가량 감소했다.
사잇돌대출은 중·저신용자를 위해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원금을 보증해 주는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근로자(연소득 1500만원 이상), 사업자(연소득 1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연간 수령액 1000만원 이상)에게 연 6~10% 금리로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시중은행이 사잇돌대출 공급을 줄이면서 지난해에는 금융 당국이 제시한 목표 액수의 절반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사잇돌대출 목표 액수를 221억원으로 제시했는데, 국내 5대 은행은 지난해 99억4000만원을 공급하며 목표액의 44.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지난해 고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5%로 지난해 말(0.38%) 대비 0.07%p 올랐다. 전년 동기(0.31%)와 비교해도 0.14%p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2022년 6월(0.20%) 이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에는 0.46%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설수록 서민금융 공급이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을 분위기다.
금융 당국의 사잇돌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공급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당국은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지난 2022년 사잇돌대출 공급액 70%를 신용점수 하위 30% 이하 차주로 채우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사잇돌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1~3등급 고신용자였는데 고신용자의 사잇돌대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공급을 줄였다는 게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히려 사잇돌대출 공급을 늘렸다. 인터넷전문은행 2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올해 1분기 사잇돌대출 공급액은 661억원으로 시중은행보다 36배 많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책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가 있기 때문에 보통 사잇돌대출 공급 비중이 1금융권 전체의 90%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사잇돌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연체율 등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사잇돌대출 취급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또 시중은행들은 다른 상생 금융 상품들도 취급하다 보니 규제 강화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사잇돌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