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치 없다'는 나홀로 아파트···사도 괜찮을까?
'투자가치 없다'는 나홀로 아파트···사도 괜찮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6가구' 신반포26차,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했으나 7년째 조합 설립못해
높은 공사비·분담금 부담···환금성 적고 커뮤니티 등 미흡해 수요자 적어
역대 최고가 공사비 '신반포22차 나홀로 재건축'···분담금만 12억인 곳도
"인근 대비 매매가 저렴하고 역세권 위치·임대수익 좋아 투자가치 있어"
1개동, 총 66가구로 구성된 입주 41년차 '신반포 한신 26차'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이 통과되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건축 조합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네이버)
총 66가구, 1개동으로 구성된 입주 41년차 '신반포 한신 26차'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이 통과되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건축 조합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단지가 아닌 1개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는 더 큰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다. 몇년에 한 건 매매 거래되는 특성상 경기가 안 좋을 땐 환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재건축 절차에 돌입한 단지의 경우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주민 동의 절차가 어렵고 높은 공사비 탓에 사업이 지체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신반포 한신 26차'아파트는 11층 건물 1개동, 총 66가구로 구성된 나홀로 아파트다. 올해 입주 41년차를 맞은 노후 아파트로 2017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같은 해 10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시의 '소규모 재건축 사업성 분석' 우선 검토 단지 15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건축 안전진단이 통과되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건축 조합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려도 해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재건축을 위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 표 역시 모자란다. 취재 결과 분담금 납부가 부담스러운 세대 등이 재건축을 반대하는 걸로 알려진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 사례의 경우도 전용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인 97㎡ 아파트를 받고도 내야 하는 분담금이 12억1800만원에 달한다. 당초 예상보다 3~4배 높은 가격인데, 업계에서는 '나홀로 15층 아파트'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나홀로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일반 아파트 재건축에 비해 공사비가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재건축 시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시행·시공사 입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으로 올려 계약을 마쳤다. 이는 정비사업 중 역대 최고치인데, 그동안 가장 높았던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3.3㎡당 1153만원) 대비 12.7%나 높다.

신반포 22차 재건축 사업은 132가구인 1개동을 허물고 최고 35층 2개 동, 총 160가구 규모의 단지로 짓는 사업이다. 당초 이 단지는 바로 앞 320가구 규모의 신반포 7차와 통합 재건축을 검토했지만 수억원 수준의 부담금에 내야 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1개동만 재건축하는 '나홀로 재건축'을 택했다.

앞서 이 단지는 2022년 이주를 마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건물 철거 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해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었다. 재건축을 통해 28가구만 늘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결국 조합들은 시공사가 제시한 높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수록 조합만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 년에 한 건 거래되는 나홀로 아파트의 특성상 지금처럼 주택 거래 절벽 상황이 오면 환금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는 대단지에 비해 커뮤니티 시설 조성이 미흡하고 재건축을 통한 투자가치지가 높지 않다고 판단돼 수요자가 적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은 지역 랜드마크·대단지 아파트가 주도한다"며 "나홀로 아파트는 재건축 한다 하더라도 높은 공사비에 일반 가구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분양가가 높으면 아무리 강남이라 하더라도 완판 장담이 어려워 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나홀로 아파트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80~1990년대 시내 중심권에 남은 좁은 땅에 나홀로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특성상 지하철역과 5분 이내의 초역세권에 자리한 경우가 많고,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서 나홀로 아파트를 인근 단지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에 포함해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활발했을 당시엔 나홀로 아파트가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입지에 투자할 방법이라며 각광받기도 했다.

강남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의외로 임장을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나홀로 아파트를 콕 집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려는 사람은 늘 있는데 매매 물건 자체가 아예 나오질 않아서 부동산에서 집주인에게 역으로 연락을 돌려 매도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환금성이 낮고, 집값 상승이 크지 않은 대신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역세권이 위치한데다가 오래 거주한 원주민이 많아 불량 물건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매매가 대비 전·월세를 높게 받을 수 있고, 임대는 내놓자마자 하루 이틀 내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