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인근 빽다방서 2만원대로 빵과 음료 4인 충분
문화공간 본태박물관...논짓물해변 언덕 풍광에 애틋한 등대 얘기
피톤치드 쏟아지는 비자림...용천수 보글보글 세화해변 등 볼 천지
[서울파이낸스 (제주) 김무종 기자]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혜은이 / 감수광)
제주가 최근 고물가 바가지에 인심을 잃고 있다. 정도 많다는 제주를 찾아 계획된 여정 없이 먹거리 볼거리를 탐닉해 본다. 랜덤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가성비 여행이 됐다.
#도착
오후에 제주 도착하는 여정으로, 관광일정을 미리 치밀하게 짜지 않고 무계획으로 제주를 찾았다. 제주공항 인근의 에스호텔을 첫날 숙소로 정해 렌터카를 타고 들린다.
외관은 회색으로 밝지 않았지만 프런트가 안락해 보였다. 배정받은 방은 좁지 않았고 창밖으로 인접한 공항이 보여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제주 내 호텔서 이런 풍경을 접하는 것은 드물어 비행기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더욱 흥미가 있겠다.
황영란 에스호텔 사장은 “코로나 때 접었던 루프톱 디제잉 파티 등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며 “출장 오시는 비즈니스 고객 외 근래에는 젊은 MZ 세대 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녁에 찾은 지하 펍에는 MZ세대들이 대부분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저녁
다음날 일정을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해 호텔 인근 도보 거리의 식당 태백산을 찾았다. 세트 메뉴가 있길래 살펴보니 4인 기준 10만원대 초반 정도였다. 고깃 집은 인당 150g 주는 경우가 많아 추가 주문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충분한 양이었다. 특히 ‘원조 태백산 한판’ 이름으로 붙여진 이 메뉴는 돈마호크(흑뼈등심) 흑목갈비(숄더랙) 흑생갈비 흑오겹살(또는 흑목살)로 구성(1kg)됐다.
가성비가 있어 제주에 다시 들릴 일 있으면 또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항공사들은 제주 항공편을 줄이지 않았다고 하지만 해외 인기 여행지를 늘리면서 제주행 기종을 작은 것으로 하고 좌석수를 줄이면서 평일에도 편도 가격은 기자가 찾은 이날 13만~1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여행 총 코스트에서 항공 비용만 인당 30만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제주 여행시 가성비 있는 먹거리, 숙소 등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MZ세대들은 합리적인 소비 성향도 있어 꼼꼼히 사전 체크할 것이다.
#이튿날
제주 중문 쪽 한달살이를 운영하는 곳을 만나기 전 중간 코스에 본태박물관을 들르기로 했다. 토요일로 휴관일까 싶어 확인해 봤더니 다행히 운영중이었다. 최경주가 한국 골프사상 최고령 우승(SK텔레콤 오픈 대회)한 핀크스 골프장과 인접한 본태박물관. 알고보니 현대가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며느리이자 세간에서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시어머니로도 알려진 이행자 여사가 만든 박물관이다. 이 여사는 자신이 모아둔 개다리 소반 등을 더 이상 집안에 두기 어려워 고심하던 중 박물관을 기획하게 된 것.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박물관엔 백남준, 쿠사마 야오이,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의 유명 작가 작품도 있어 미술관이기도 하다.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막 전시되기 시작해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었다.
본태박물관과 관련해 재미난 일화도 있다. 산방산이 보이도록 설계했는데 인근 SK그룹 땅에 건물이 들어설 계획으로 산방산이 안보이게 된 것. 이에 안도 다다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결국 서로 부지를 교환해 산방산이 보일 수 있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 진다.
제주의 대표 박물관 중 하나인 본태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음 여정지 서귀포시 논짓물마을로 간다. 중문 관광지에서 가깝지만 외지인에겐 덜 알려진 곳이다. 서울서 살다 제주에 정착해 한달살이 ‘물소낭밧 작은집’을 운영하는 이천수 김지향씨 부부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영화 마녀의 엔딩 장면으로 나온 곳 카페들 중 한 곳을 찾았다. 제주바다가 보이는 언덕 올레길로 트레킹 중인 외국인들도 간간히 보였다. 이천수 사장은 “저기 보이는 진황등대는 일본 징용갔던 노인 분이 만든 것으로 건너에 부인을 위한 춘지등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지인으로 마을 일에 적극 동참해 지금은 마을 주민들과 잘 지내고 있다”며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지만 기름값 등 물가가 올라 운영상 어려움도 있었다”고도 했다.
다시 제주로 돌아와 저녁을 위해 찾은 식당은 오리구이 맛집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이모리. 오리구이 한 마리+들깨수제비탕이 5만5000원이다. 주물럭으로 택하면 5000원을 추가한다.
제주시 제주목 관아의 야경도 볼만하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야간관광 분위기 조성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오는 10월 말까지 제주목 관아 야간 개장 '귤림야행'을 실시한다.
#마지막날
구좌읍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협회가 주최한 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려 잠시 참관했다. 외국인 400명을 포함해 총 4600여명 참가해 성황이었다. 이후 지인이 오래전부터 권한 비자림을 찾는다. 울창한 숲으로 여름같은 봄날에도 그늘이 져 원시림 같은 풍경과 쏟아져 내리는 피톤치드 향이 좋다.
이어 발길을 옮긴 세화해변. 올 1월 1일 일출을 보려 오려 했던 곳이다. 논짓물해변과 같이 용천수가 있어 바다와 함께 민물이 땅속에서 보글보글하며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남는 시간에 2만원 정도면 4명 정도 빵과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제주공항 인근 해변의 가성비 빽다방을 찾는다. 바다 전망이 좋았지만 진입로에서 나가고 드가는 차들이 엉키는 경우가 있어 빽다방에서 교통정리 등 좀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최근 바가지 등 인식이 안좋은 일들이 있는데 제주 전체의 상황은 아니다. 도와 협회 차원에서도 개선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잘 살펴보면 정많고 가성비 있는 곳들도 많으니 찬찬히 제주 살펴보시라”고 말했다.
협회는 탐나오 사이트도 운영해 비행기 예약은 물론 렌터카, 맛집 등 가성비 제주 여행에 도움을 준다. 협회가 추천하는 착한가격업소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제주도는 관광업계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가칭 관광서비스센터도 설치해 불편 민원을 받아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다. 특히 바가지 논란에 연말까지 관광지 물가 실태를 조사하고 빅데이터 관광물가 지수도 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