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떠오르는 한국 핵무장론
[홍승희 칼럼] 떠오르는 한국 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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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최근 촉발된 한국 핵 무장론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얽히고설키며 한국의 입장과는 별도로 논의가 진행되는 모습은 다소 황당하다.

물론 70년대 초 박정희정권의 인권실태를 무기 삼아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던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서든 불안감을 느껴서든 한국 정부는 그 대안으로 처음 핵무기 개발을 준비했다. 한국의 핵개발 의지가 단순히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미국은 서둘러 진행되던 주한미군 철수를 중단하고 양국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하고 한국은 더 이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

그 이후에도 한국은 내밀하게 핵무기 연구를 이어갔지만 다시 군부쿠데타로 집권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전두환정권은 미국에 이 연구결과를 갖다 바치며 신임을 받고자 했다. 이후 역대 한국정부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협조하며 핵무장에 관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전 한국정부의 핵개발 노력이 북한에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심어줬을 가능성도 있는 터라 굳이 미국과의 협정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핵무장 시도는 주변국의 연쇄적인 핵개발 도미노를 부를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경제적으로 고속성장한 중국의 빠른 무력증강이 북한보다 더 동북아 정세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특히 유일 강대국 지위가 도전받는 미국의 불안감으로 이 지역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국방력 강화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그래서 문재인정부에서 한국의 무기개발 및 생산능력은 빠르게 끌어올려졌고 또 미국에게는 한국이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잠수함 건조까지는 양해 받고자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턱없이 부풀려 한국 정부에 부담 지우려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장도 한국 내에서 핵무장론을 키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핵무장의 필요성은 한국 내 일부에서만 일었고 주변국이나 국제사회에서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다만 핵잠에 관해서는 기술을 가진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에서 관련 기술 판매 목적의 관심을 드러냈지만 미국의 입장은 완고해 보였으므로 그 뿐이었다.

한국이 핵잠에 관해서는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과의 물밑 협상을 위한 시동만 건 상태였으나 정권 교체와 더불어 잠시 수면 아래로 갈아 앉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미국 내 정치 상황의 변화와 더불어 동북아 정세도 가파른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미온적 태도로 전환된 한국 정부보다 미국 쪽이 더 다급하게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 최근 나타난 것이다. 미국 내 국방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 심도 있게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의 반응도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미국이 자국 군대의 대외 활용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전쟁억지력의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긴 하다.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도 한국에 실제적인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언제든지 발을 뺄 가능성을 보이는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 내에서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애치슨 라인 등 미국이 한국의 등에 칼을 꽂은 역사적 사실까지 재소환 되며 국방력 강화를 넘어 보다 확실한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핵 무장론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핵무장으로 한국의 안전이 확실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적대국을 늘려가는 외교로는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고 그 상황에서 홀로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대중적 불안감을 키우는 세력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핵 무장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보다 시급한 일은 적을 늘리면 안보도 경제도 다 위협받는다는 사실은 무시된 채 한반도를 전장으로 만들 위험을 키우는 현재의 외교정책 방향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정제의 변화를 홀로 비껴갈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남의 싸움에 앞장서서 휘말리며 제집 마당을 전장으로 내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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