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재무 불안‧위기 고조' 건설사들, CEO도 갈아치운다
[초점] '재무 불안‧위기 고조' 건설사들, CEO도 갈아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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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14곳 부도···30개사 중 11개사는 부채비율 200% 이상
업계 위기감 속에 IPO 추진‧재무구조, 수익성 개선 등 과제
대표 재선임한 SK에코‧DL이앤씨‧신세계, '재무통'으로 교체 용단
왼쪽부터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 내정자,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 (사진=각 사)
왼쪽부터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 내정자,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인건비·원자재비 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우려까지 악재가 겹친 건설업계가 대대적인 기업 쇄신에 나섰다. 부진한 실적 만회와 재무구조 개선, IPO(기업공개) 추진 등 각 사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 관리, 내실 강화에 경영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특히 기존 건설업 출신이 아닌 최고경영자(CEO)이른바 ‘재무통’ 수장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재신임된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하고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확산하며 금융당국이 본격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업계 안팎으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 수는 196개로 전년 동기 대비 35.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도 처리된 업체 수도 14곳이나 된다.

특히 건설사들의 부채도 급증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사 중 11개사의 부채비율(올해 1분기 기준)이 200%를 넘어선 상황이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경우 재무건정성을 위한 부채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GS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한신공영, HL D&I 등 주요 건설사들이 포함됐다.

부동산 PF 관련 차입금도 전년 대비 급증했는데 도급순위 상위 50대 건설사 중 전년도와 비교가 가능한 39곳을 대상으로 부동산 PF 관련 차입금 현황(CEO스코어)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 잔액은 46조3644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2165억원) 대비 15.3%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건설사들은 재무구조 개선, 내실 강화 경영에 중점을 두면서 경영관리‧재무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전면 배치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임기 만료에 따라 재선임한 대표이사를 한달여만에 전격 교체하는 용단을 내린 건설사만 해도 3곳이다.

먼저 현재 IPO 추진 속도를 높이는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 내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종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번 새 대표 내정은 지난 1월 장동현 SK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재선임된 박경일 현 대표이사가 자진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그간 환경‧에너지 부문 사업을 확장하며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으나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이후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 등 환경·에너지 투자에 3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며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부채는 10조4868억원이며, 유동자산은 6조2017억원 수준이다. 특히 기업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 규모도 2020년 4243억원에서 지난해 1조2179억원으로 3년 새 약 3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회사는 성공적인 IPO 추진이라는 막중한 과제도 안고 있다. SK 주식회사 재무1실장, SK에어가스 대표이사, SK주식회사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 등을 지내며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김 내정자가 회사 수장에 적임자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회사는 사업성과 가속화와 재무구조 개선,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951%에 달하며 위기설이 일었던 신세계건설도 재무통 대표이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재선임된 정두영 대표이사를 한달여 만에 경질하고 지난 4월 허병훈 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룹 인적 쇄신 대상으로 정 전 대표가 지목되며 새 대표로 선임된 허 대표는 최우선 과제로 재무 건전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878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손실폭도 1204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확대된 상태다. 미분양 사업장 관련 손실 인식이 본격화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에서 신세계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리고 수시평가를 통한 기업어음 신용등급(A2)도 'A2-'로 강등한 바 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평가 받는 DL이앤씨도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던 마창민 대표를 올해 3월에 재선임했으나 다음달인 4월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후 서 신임 대표는 지난달 1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DL이앤씨는 2021년 말 이후로 매년 90% 수준의 부채비율을 보이며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현금은 1조2506억원을 보유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3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급감한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한 새 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산업인 LG전자 출신의 서 대표는 ‘전략기획통’으로 신사업 발굴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그가 LG전자 전무 시절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과 전략기획, 경영진단 업무를 거치며 쌓은 역량을 활용해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건설업계에 상존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안전과 재무리스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캐시플로우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이 밖에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한 포스코이앤씨도 지난 2월 약 37년 간 그룹 내 전략과 기획을 이끌어 온 '전략·재무통'으로 꼽히는 전중선 전(前)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올해에만 △진흥기업 △태영건설 △HJ중공업 건설부문 △BS산업 △KCC건설 등이 수장 교체에 나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전통 건설업이나 영업 출신 CEO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재무통, 재무 전문가인 CEO를 선임하는 건설사들이 많아졌고 경영 실적과 성과에 따른 교체 움직임도 활발한 모습"이라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그만큼 수익성‧경쟁력 등 내실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업계 경영 화두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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