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보잉 추락의 교훈
[홍승희 칼럼] 보잉 추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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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잉사가 생산한 여객기들의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 분야 관계자들이 아니어도 보잉사의 기술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런데 여객기 문제뿐만 아니라 미 공군과의 계약도 납기시기를 맞추지 못하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객기 문제는 잇단 사고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체기종이 나타나지 않아 당장 기업 수익에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진 지금 새로운 전투기 개발이 지연되면서 공군기의 교체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미 공군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록히드마틴과 더불어 미 전투기 생산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보잉사의 지연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직은 좀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지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듯하다.

보잉사가 지금의 상황에 처한 근본적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전투기 분야에서는 설계인력의 부족이 한 원인으로 보여 인력관리 상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의 문제는 원가절감을 위해 생산부문의 대부분을 외주로 돌리고 전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지 원가절감만을 목적으로 부문별 외주를 확대하다보면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이룰 수 없고 관련 노동자들의 질적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즉, 비용부담을 외주업체에 전가함으로써 당장은 가격경쟁력을 얻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생산단계에서의 기술개발이 후퇴하면서 최종 생산자인 원청업체 제품의 품질저하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보잉의 길은 이미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걷고 있는 길이어서 한국 경제의 깊은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장 현대기아차의 완성차들이 지금 세계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같은 생태계에 속한 부품기업들은 오히려 수출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숫자상의 결과가 국내 무역수지에 그늘을 드리울 뿐만 아니라 현기차의 앞날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갖게 한다.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도 아니다. 조선업이 지금 호황이라고 언론에서는 떠들지만 하청 노동자들이 불황기에는 쉽사리 해고되며 그렇게 생산현장을 한번 떠난 숙련 노동자들의 다수가 호황기에도 돌아오지 않아 전반적인 생산성의 저하를 초래한다. 지금 거제도 등에서 조선소들마다 인력부족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청에 재하청까지 이어지며 뒤틀린 산업생태계는 건설업에서도 끔찍한 부실공사를 낳아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팬데믹 이전 일본이 한국 반도체를 겨냥해 일부 부품·소재 수출을 금지하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삼성전자에 요구했을 때도 자체적인 산업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한 대기업의 실책이 그런 소동을 불러일으킨 한 원인이었다.

이름은 그럴싸하게 협력업체라 부르지만 가격은 후려치고 납기는 촉박하게 재촉하며 갑질을 일삼는 대기업들은 그 대가를 어떻게든 받기 마련이다. 게다가 고급 기술일수록 보안의 가치가 더 중요한데 착취당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돈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위험은 간과하다 근래의 외국 산업스파이 활동에 쉽게 당하게 된다.

9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웬만한 분야에서는 아웃소싱이 유행처럼 번졌고 하다못해 안전이 가장 중요한 금융업계에서도 전산분야 외주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를 대기업에서 다 할 수는 없지만 가격만 생각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는 허술한 기업들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대기업의 가격만 따진 선택들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어둠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동임금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아 사회 전반적인 소득격차 확대에 일조를 하고 그렇게 소득격차가 벌어져갈수록 출산율은 감소하며 사회적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정치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기업도 뿌리를 잃고 쇠퇴를 길을 걷게 되지만 국가사회 역시 쇠락이 불가피하다. 소득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은 다수 국민이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이고 오로지 개인적인 생존만을 목표로 삼는 야만적 시대로 빠져든다.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이니 사회소득이니 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전에 부자감세를 통해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짓부터 멈춰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미 계급사회로 후퇴하고 있는 지금의 추세가 더 이어질 때 어떤 불행이 닥칠지를 상상이라도 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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