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세일즈'···국가별 성장전략 차별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은행이 글로벌 무대에서 '초격차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부문에서만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면서 그룹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은 올해에도 '신기록'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의 가파른 성장은 정상혁 행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에서 비롯됐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곳곳을 방문하며 신한은행 경쟁력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베트남, 일본 등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국가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된 만큼 현지기업과의 제휴, 디지털 특화 서비스 등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꾀한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업무에 주력하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인도를 필두로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가파른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이머징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분 투자와 리테일시장 참여 등 차별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정 행장은 이달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해외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카자흐스탄 현지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로 편의점 사업을 위한 유통망을 보유한 CU Central Asia를 현지 파트너사로 확보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국계 지상사의 카자흐스탄 진출 관련 금융지원을 강화하면서 카자흐스탄 현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산 증대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지 리테일 사업은 점포 수 확대보단 디지털에 기반한 예수금 및 모기지론 등 상품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이어 신한은행의 주요 글로벌 무대가 될 인도 시장에 대해서도 정 행장은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 인도 본부 손익은 2022년 46억원에서 정 행장 취임 해인 지난해 100억원으로 117% 성장하기도 했다. 정 행장은 지난 4월 인도를 방문, 인도 NBFC(비은행 금융회사) 시장 내 학자금대출 1위 기업인 크레딜라(Credila)와 지분 10%를 보유하는 내용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전통적인 은행업무 외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디지털 영역으로도 글로벌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정 행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4'에 직접 참여, 미래영업점을 콘셉트로 한 체험형 은행을 선보였다. AI은행원과 디지털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 신한 홈뱅크(화상상담을 통한 은행업무 처리) 등을 전시하며 디지털 미래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처럼 발로 뛰는 세일즈 노력에 대한 성과도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3845억원이었던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2022년 5383억원, 2023년 5493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2137억원을 시현, 전년 동기(1492억원) 대비 43.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의 약 39%에 달하는 규모다. 글로벌 부문의 은행 내 손익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 행장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해왔다. 이를 위해선 해외점포가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독립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정 행장의 철학이다.
이에 맞춰 사업전략 수립 및 영업 추진 등 비즈니스 관련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규제사항 등 현지 환경에 맞는 국외점포 운영체계를 구축하면서 내부통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전략을 토대로 경쟁사들과 글로벌 격차를 벌려나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