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폭주하는 세계, 사라지는 통제력
[홍승희 칼럼] 폭주하는 세계, 사라지는 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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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새롭게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각국이 침략을 당하면 상호 지켜주기로 약속했다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한국이 걱정할 대상은 그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국방력이 강화되는 데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겁박하는 중국과 생각지도 않는데 보복 당할까 두려워하며 발작하는 일본 등 주변국 모두가 한국을 자극한다.

이런 걱정이 한국만 할 것도 물론 아니다. 전 세계가 지금 파국을 향한 질주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러시아는 26년이면 끝날 핵억제 협정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같은 수준으로 핵을 늘릴 때까지 이에 관해 협상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핵보유국은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뿐이지만 실제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보유가 사실상 공인된 것이나 다름없고 미국은 끊임없이 이란의 핵보유를 의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스스로 핵보유 사실여부에 관해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또 아직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규제를 의식해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의 핵무기 개발은 최종 조립단계만 남았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만약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한국보다 먼저 핵무기를 완성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방을 자처하는 미국은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런 지형 속에서 핵을 가진다고 국가안보가 보장될 것이라고 믿을 근거도 희박하긴 하지만 미국은 핵무장한 한국을 컨트롤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미국측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오죽하면 한국이 핵무기에 버금간다는 세계 유일의 괴물미사일 현무 시리즈를 개발했을까. 이미 미국은 적대국으로 규정한 중국, 러시아, 북한 못지않게 한국도 견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추가적인 성장을 두려워하며 과거 일본의 급성장에 제동을 걸었듯 한국의 추가적 성장에도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쟁에는 핵무기만 무서운 게 아닌 세상이 돼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 생성형 AI를 전투에 투입하며 막대한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미국도 AI의 전투 투입은 무고한 민간인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크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전투에 직접 투입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소리 소문없이 생성형 AI에게 전장에서의 판단을 내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직접 전투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전 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쇠락해가는 실리콘밸리를 대신해 첨단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첨단기기들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가 디지털화한 한국 같은 경우 상대가 EMP탄 공격을 가해오면 속수무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리적인 형상 포착이 가능한 미사일과 달리 EMP탄은 방공망을 형성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전쟁은 예로부터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고 이는 첨단무기의 경연을 펼치는 현대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그러나 방패보다는 창이 먼저 나오고 그 창을 막기 위해 방패가 등장하는 법이다. 결국 신개념 무기가 등장하면 이를 막기 위한 반격무기가 등장하기에 누가 남모르게 신개념 무기를 먼저 개발하느냐가 기존 핵무기 개발경쟁보다 다가올 전쟁에서 더 유리해질 공산이 큰 것이다.

경제가 거의 추락해가며 시민의식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 중국은 지금 반도체 공급차질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대만을 흡수하기 위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국가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일은 세계사에서 흔한 일이었다.

일찌감치 시작된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핵무기에 매달리는 것보다 중국의 경우는 더 공격적이다.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대내외에 천명한 중국은 적어도 미국과 러시아 수준의 핵무기 숫자를 갖춰 국제사회의 질서를 자국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목표를 최근 더욱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지금 심각한 경제 침체로 내부적 문제가 커져가기에 더더욱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커진 상태인데 상대하는 미국 입장에서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썩 마땅치는 않다. 덕분에 한국은 더 불안한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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