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에 이어 심상찮은 기업대출 증가세···리스크 관리 급부상
가계대출에 이어 심상찮은 기업대출 증가세···리스크 관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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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기업대출 잔액 1296조···6개월째 증가세
중소법인이 견인···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커져
고금리로 재무 측면서 어려움 겪는 기업도 ↑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이 반기말 계절요인 등으로 증가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전반적인 연체율이 오르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296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3000억원 늘었다. 기업대출은 △1월 6조7000억원 △2월 8조원 △3월 10조4000억원 △4월 11조9000억원 △5월 6조9000억원 등 6개월 연속 증가했다.

5월부턴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나란히 증가하며 몸집을 키워나가는 추세다. 특히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6월 중 대기업대출이 7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중소기업대출은 중소법인의 시설자금 수요가 지속되며 잔액이 4조6000억원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3000억원)을 제외하고 중소법인대출만 4조4000억원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났을 뿐더러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으로 좁혀봐도 기업대출 증가세는 가계대출 못지않게 빠른 편이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811조3481억원으로 전월(803조3231억원)과 비교해 8조250억원, 작년 말(767조3139억원)에 비해서는 44조원이나 늘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154조4665억원에서 158조8821억원으로 4조4166억원, 중소기업대출은 648조8566억원에서 652조4661억원으로 3조6095억원 각각 증가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은 우량 기업을 발굴, 기업여신을 늘리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수익성을 고려해 지나친 금리 경쟁은 자제하면서도 대기업이나 유망업종의 중견기업 대출 비중을 높여나가려는 전략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연체율 등은 부담으로 꼽힌다.

실제로 금감원이 집계한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말 기준  0.54%로 전월 말(0.48%) 대비 0.06%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03%p 오른 0.40%라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1%로 전월 말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6%로 전월 말 대비 0.08%p, 중소법인 연체율은 0.70%로 전월 말보다 0.09%p,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말(0.54%) 대비 0.07%p 뛰었다. 

문제는 향후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로 재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업 전망과 대응'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금리 기간을 경험한 기업경영 애로와 관련해 '이자 비용으로 인한 재무 상태 악화'를 겪었다는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이자 비용 지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에 대해 응답 기업의 55.2%는 '이자 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커 흑자'를 예상했지만, 44.8%는 이자 비용을 내면 손익분기점이거나 적자 상태라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금리 상승기에 확대한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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