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주가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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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은 처음부터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최근 들어서는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더 큰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현 대통령 부부와 밀접한 관련으로 주목을 받던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문제에 현 정부가 총체적으로 도움을 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공수처에는 현 정부 들어 임명된 몇 안 되는 검사 가운데 2명이나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세칭 주포로 불리는 인물의 변호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그 인물은 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깊숙이 관련된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삼부토건의 주가 급등락 과정에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우리 정부의 파격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지원사업 규모 등 석연치 않은 일들이 너무 다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하나 둘 밝혀지는 카톡 문자들을 토대로 보면 한국의 국가적 재화와 외교적 방어막이 한낱 주가조작범들을 돕기 위해 휘둘러지고 낭비되고 있다.

건설업체 순위 70위권 밖에 있는 삼부토건이 지난해 5월 중 느닷없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며 주가가 5월과 7월 사이 두 달 만에 5배나 폭등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참으로 절묘했다. 처음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포인 한 인물이 해병대 사단장 한명을 구명하는 과정에서 VIP를 언급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지인과 나눈 그 대화의 마지막에 '내일은 삼부 확인하고'라고 한 게 그 이후 벌어진 정부의 행적과 이어지며 경악을 낳았다.

그 문자가 찍힌 이틀 뒤 방한한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한국의 영부인이 만났고 그 다음날엔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후 복구지원계획을 발표하고 기재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번갈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또 전후 복구 지원 협정서에 서명하는 등 매우 바쁜 행보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방산수출을 구실로 이웃나라 폴란드를 방문했던 대통령은 수재로 50명의 국민이 사망하는 재난 상황을 외면하고 우크라이나로 향해 당시에도 비난을 샀다.

그러나 그런 정부 각료들과 대통령의 잇단 우크라이나 방문과 지원 약속으로 유독 삼부토건의 주가만 폭등을 했다. 5월14일 1020원이던 주가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7월17일 직후에는 5500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삼부토건이 그토록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다른 관련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외개발사업 참여가 결정되면 해당 회사는 물론 관련 협력업체 등 여러 회사들도 동반 수혜주로 떠올라야 하지만 적어도 당시 삼부토건 수혜주설로 주가가 급등하던 기간 중 동반상승한 관련주들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건설업계의 해외사업들이 요즘 적자가 워낙 많아서 실상 그다지 호재도 아니라는 분석이 있지만 어쨌든 삼부토건은 상식선을 훌쩍 넘는 가격 폭등을 보였다. 전쟁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계속 되고 있는데다 작년엔 더욱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복구지원 규모나 차관 조건 등은 파격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치적을 알리기 위해 밝힌 내용에 따라 규모는 80억 달러, 우리 돈 10조원 이상에 달하고 이자도 0.15% 초저금리에 장기 차관임이 드러났을 뿐이다.

주가는 종종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정책은 특정집단이나 계급에 우호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책을 특정 개별회사의 주가 끌어올리기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일부 부패한 후진국에서나 발견되는 일이다. 선진국에서도 간혹 부패한 관료의 범죄가 발각되어 국제적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

그나마 이들 사건은 부패한 관료 개인의 범죄일 뿐 조직적 부정부패는 후진국다운 일로 간주된다. 그런 일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는 나라에서 정부 단위로 벌어졌다는 전무후무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물론 아직은 의혹의 단계일 뿐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만 놓고 보자면 대한민국이 범죄자들에 의해 관료들조차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내려놓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역사적 게이트로 발전하는 게 아닐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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