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칩워(Chip War)에서 승자가 되는 길
[데스크 칼럼] 칩워(Chip War)에서 승자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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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강국 대한민국의 양대 동력 중 하나인 반도체가 다시 살아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여전한 가운데 주요 수출 품목인 D램 가격도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반도체기업들의 주가가 불기둥처럼 오르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이 지금처럼 호황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 2022년 7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과시킨 뒤, 미국과 일본 등이 공격적으로 반도체기업들과 손을 잡고 자국 내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들은 향후 2년에서 늦어도 3년 내 가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일본이다. 반도체 강국이란 타이틀을 우리나라에 내준 일본은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자하며 왕좌 탈환에 나선 상태다. 규슈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제1공장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제2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 내 대기업들이 공동출자에 설립한 라피더스 역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역시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파운드리스의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1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할 예정이며, 인텔은 10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일본, 대만에서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규모 역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과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뒤흔들었던 '치킨게임'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전까지 발생했던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은 대만업체들의 공급량 확대와 저가공세로 시작돼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파산으로 마무리됐었다. 2007년 제1차 반도체 치킨게임 결과 독일의 키몬다(당시 D램 점유율 2위)가 파산했으며, 2010년 발생한 제2차 반도체 치킨게임에서는 일본의 엘피다(당시 D램 점유율 3위)가 자금경색을 겪다 미국 마이크론에 합병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으며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향후 발생할 반도체 대전에서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국가 간 패권 경쟁의 수단으로 반도체 산업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고된 칩워에서의 대응 전략도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 6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됐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총 26조원 규모의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책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집중됐다면서 산업트렌드를 주도하는 대기업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놓고 경쟁이 예고된 칩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뿐 아니라 더 세심하고 상세한 지원책이 추가돼야 한다. 만반의 준비에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만약을 넘어 만의 하나까지 대비할 수 있는 전략과 대비가 필요하다.

서종열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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