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유통업 붕괴의 시작인가
[홍승희 칼럼] 유통업 붕괴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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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업체인 위메프와 더불어 같은 큐텐 계열사인 티몬이 입점한 판매업체들에게 지급돼야 할 결제대금 중 2100억 원을 정산하지 않은 사건으로 숱한 피해자가 나오며 소란스럽다. 싱가폴 자본인 큐텐이 처음 위메프로 국내 영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많은 광고 등을 통해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꽤 알려졌지만 근래 들어서는 온라인 채널에서 광고도 줄고 영업이 소강상태에 빠졌나 싶었더니 결국 미정산 금액이 2000억 원이 넘고 900여개 입점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산지연사태, 실상은 지급불능상황에 놓인 업체가 대형 전자상거래업체이다 보니 한꺼번에 수많은 영세`개인사업자들이 나타나며 정부도 화들짝 놀라 지원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이미 영세사업자들의 폐업률이 10%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꽤 됐지만 그동안 이에 대해서 정부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대책이라는 것을 내놓기는 했지만 경제구조적인 근본문제는 거의 의식적으로 외면하면서 땜질식 처방으로 생색만 내려 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소비를 일으킬 대책이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외면하며 내놓는 대책들이 실효성이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

산업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특정 업종의 쇠퇴로 소비가 부진한 것이라면 이런 폐업은 불가피한 것이어서 단순한 자금지원 따위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반적인 소비여력 감소로 인한 소비부진이라면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든 소비여력을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식적이다.

소비가 줄면 크든 작든 유통업이 우선 타격을 받을 테고 그 여파는 나아가 생산축소를 불러오게 되며 다시 노동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다시 소비여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전쟁 당사국이라거나 원료 수급에 심대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생산 쪽에서 먼저 위축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금 한국은 전쟁 당사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료 수급에 특별한 문제도 겪고 있지 않다. 자원무기화로 인해 특정 원료 조달에 약간의 장애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체수단을 찾을 수 있어서 생산차질로 인한 순환고리의 약화 원인은 되지 못한다.

물론 처음에는 전 세계적인 자원배분상의 병목현상 등에 의해 물가가 급등하고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소비여력이 줄었을 수 있지만 이런 일시적 현상은 충분히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 중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회복되지 못하는 그 때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했지만 그 시기에 정부는 이상한 아집에 사로잡혀 기회를 날려버렸다.

팬데믹 기간 중에도 경제관료들은 그랬지만 지금 정부 들어서는 정권주체들까지 똑같이 소비 주체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순환고리를 활성화시키는 일에 경기를 일으키며 반대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참 아무렇게나 갖다 붙이는데 소비가 위축돼 유통이 죽고 생산이 줄어가는 허약해져가는 경제순환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큰 그림은 보지 못하고 경제 대신 정치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적 사고는 아닌가 묻고 싶다.

이번에는 위메프와 티몬에서 문제가 생겼고 또 이는 해당 업체의 경영상 잘못이 큰 사건이지만 전자상거래업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줄거나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 온라인상에 뜨는 광고들을 보고 있으면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크고 작은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상황을 저절로 실감할 만큼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대로 정부가 고집을 부리다보면 그야말로 소를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야당이 주장하니까 무조건 안 된다거나 신자유주의 신조에 어긋나니 못하겠다는 식으로 몽니를 부릴 일이 아니다.

이번 위메프·티몬 사태에도 정부가 또 5600억 원 + α를 지원하겠다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발표했다. 피해업체들이 많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잇달아 나오면 또 그런 지원을 이어갈 것인가. 바다 속에 플랑크톤이 사라지면 작은 물고기부터 시작해서 차츰 모든 어류가 사라지게 된다. 같은 이치로 소비가 있어야 자영업체부터 대기업까지 모두가 산다는 단순한 상식을 모를 관리들은 없을 텐데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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