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하 전망, 내수부진 우려에도 가계부채·부동산 리스크 감안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임박한 데다 국내 내수부진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3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동결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0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나머지 10명은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9월 미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 국내 내수 부진 우려가 더해져 금리 하락에 대한 예상이 전월 대비 증가했다"며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리스크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여전히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4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진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고금리 속 내수부진 우려가 불거지며 당정의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지는 등 금리인하 조건 자체는 충족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금융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한달새 13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해당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3개월 만에 16조원이나 급증한 주택담보대출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한은의 통화정책목표와 크게 대치된다는 지적이다.
치솟고 있는 부동산 가격 역시 금리인하를 제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지난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유동성 공급이나 잘못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줘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정책적 실수를 하지 말자는 것에 금통위원 모두가 공감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권 연체율 상승세와, 부진한 내수 경기는 금리 인하 주장의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여전한 데다, 채권금리가 기준금리를 역전하는 정도가 훨씬 커졌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하고 인하를 단행하거나, 비둘기파적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