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5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 청구액은 5억100만원이지만, 소송 과정에서 피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면서 청구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피해액이 5200억~67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삼성물산 법인 외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삼성물산 등 8명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두 회사는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약 3주와 맞바꾸는 합병을 결의했고 2개월 뒤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돼 같은 해 9월 1일 합병했다.
그러나 이후 특검 수사에서 삼성 일가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1:0.35)이 책정됐으며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손해를 볼 게 뻔한데도 정권의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이번 소송은 내년 7월인 소멸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졌다. 공단 측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안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얘기했고 소송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