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판분리 통한 수익 확대···해외 진출도 '박차'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본업에 충실한다는 여승주(64) 한화생명 부회장의 뚝심이 통했다. 업황 불황에도 일반 보장성 상품 중심의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3연임을 예상하는 관측이 많다.
여 대표는 지난 1985년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경인에너지(現 한화에너지)에 입사해 2004년 한화생명(前 대한생명)의 재정팀장으로 근무했으며, 2011년에는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한화그룹의 경영전략팀장으로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인수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2016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을 수습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9년 한화생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지난해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그룹내 금융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여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견조한 성장세와 본업 중심의 성장 기반 등으로 세 번째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도 대내외 신임이 두텁다. 취임 초인 2019년 당시 별도기준 1146억원이었던 순이익을 2년 만에 4106억원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작년 일회성 투자이익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8%나 감소했다. 다만 업권에선 한화생명의 상반기 실적 감소세에도, 올해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20~4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권에서 꼽은 한화생명의 강점은 본업 경쟁력이다.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새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 지난해 순익이 6163억원으로 일년새 73.9%나 급증하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특히 한화생명의 상반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조9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APE 비중이 상반기 기준 80%로 일년새 19%p나 확대된 점이 눈에 띈다.
신계약 호조 영향으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도 크게 늘었다. 상반기 한화생명의 신계약 CSM는 9965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나 증가했다. 특히 신계약 CSM 중 일반보장성 비중은 70%로 일년새 28%p나 확대돼 장기적 관점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신계약 호조에 대해 업권에선 제판분리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여 부회장의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한다.
여 부회장은 지난 2021년 한화생명의 판매조직을 물적분할해, 국내 최대규모의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 첫해 1681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출범 3년 만인 지난해 68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550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화생명은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 GA사만 3개사를 보유 중이다. 3사의 설계사 수를 합하면 3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13회차 계약 유지율이 전년 말 대비 9.2%p나 상승한 91.3%를 기록한 상태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은 베트남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베트남 법인에선 지난해 기준 누적 흑자 달성에 성공했으며, 약 1000억동(한화 약 54억원)의 첫 배당을 실시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지난해 리포손해보험의 인수에 이어, 올해 노부은행을 인수하며 종합금융사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대면영업 중심의 전통적 채널에 디지털 뱅킹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채널을 구축, 모바일 기반 영업환경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