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MBK, 내년 홈플러스 투자 만기···기업가치 높이기 관건"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9년째 홈플러스 '엑시트'(투자비 회수)를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MBK는 지난 6월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뛰어든 만큼 향후 익스프레스 매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기대 매각가는 8000억~1조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MBK도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6~8배 정도인 6000억~8000억원대를 매각가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 3호 펀드의 출자자 환급 시한은 내년 10월까지로 올해가 홈플러스 매각의 적기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특정 업체를 인수한 후 3~5년 기업 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9년이 넘어서도 홈플러스의 매각과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문제는 MBK가 책정한 높은 매각 금액을 충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하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업계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와 쿠팡 측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농협·GS리테일·BGF리테일 등도 MBK에 사실상 모두 거절 의사를 밝히며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2년 안에 1조원을 투자해서 빠른 시간 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홈플러스의 수익성은 악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홈플러스는 26기(2023년 3월 1일부터 2024년 2월 29일까지)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6조9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1994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2601억원 대비 23.3% 적자 폭이 줄었다. 반면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5742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458억원에 비해 28.8% 늘었다.
홈플러스는 늘어나는 금융비용으로 인해 이자비용도 늘고 있는 형태다. 지난해 금융비용 4573억원으로 전년(3933억원) 대비 16.2% 늘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총차입금은 1조4632억원으로 전년(1조2967억원) 대비 12.8% 늘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금액인 순부채는 지난해 1조3074억원으로 전년(1조1994억원) 대비 9% 뛰었다. 이자부담도 큰 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유동부채는 3조4961억원으로 전년 2조1991억원보다 58.9% 늘었다. 같은기간 자본총계는 2652억원으로 전년(8712억원)보다 65.9% 급감한 수준이다.
관건은 MBK가 내년에 홈플러스 투자 만기 10년이 도래하는 가운데 올해 안에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 여부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금융 상환을 위해 점포를 매각함과 동시에 '세일앤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차)' 전략을 채택하면서 2015년 142개였던 홈플러스 점포 수를 129개(2024년 2분기)로 줄였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는 현금과 수익의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메가푸드마켓 새단장(리뉴얼)과 오프라인 거점 맞춤 배송에 집중한 온라인 전략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 간석점 1호점부터 최근 대구 칠곡점, 김해점까지 총 32개 점포 새단장(리뉴얼)을 완료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MBK가 최근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1년 남은 익스프레스의 새주인 찾기는 최악의 경우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현재 영풍 등 타사가 진행 중인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전혀 무관한 제3자"라며 "유통산업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경쟁력 재 확보를 위해 실시한 자산유동화도 대부분 개발 후 재 입점 방식을 선택해 직원들의 고용을 100%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성장성이 검증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차입금 상환에 나설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