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갭투자 수법···"불법 아닌 편법으로 피할 길 없어"
"월세 거래 시 등기부등본 확인만 해도 피해 예방 가능"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경남 사천의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이 모 씨는 보증금 1억원을 되찾으려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160만원에 집을 낙찰 받은 경매꾼이 보증금은커녕 몰래 다른 월세 세입자를 들여놓은 것이다. 이 씨가 전세권 등기를 한 뒤 이사를 나가 집이 비어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벌인 행각이었다. 경매꾼은 애초에 보증금을 줄 생각조차 없었고 월세를 받아 돈벌이를 하려는 꿍꿍이였다. 결국 이 씨는 다시 6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집을 재경매에 부쳐야만 했다.
13일 SBS 뉴스 <뉴스토리> 보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이후 2차 피해를 당한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해당 보도는 전세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1~2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재조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매꾼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이라도 되찾으려 경매에 내놓은 부동산이 경매꾼들의 표적이 되는 모습이다. 경매의 경우 낙찰가만 내면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악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다시 피해를 주는 형태의 이중적 사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에 경매지식을 결합한 일종의 신종 갭투자 수법으로 봤다. 전세사기 당한 부동산을 경매를 통해 매우 낮은 가격에 낙찰 받은 뒤 세입자가 전세권을 설정해놓고 집을 나가면 몰래 월세를 놓아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법으로 위 사례가 소개됐다. 사실상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부동산 매물에 낮은 투자금을 들여 소유권을 얻은 뒤 보증금을 끼고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와 유사한 방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올라 온 '전세 사기에 이은 신종 월세 사기' 게시글도 위와 유사한 사례 중 하나다. 해당 게시글에는 "여러분 그거 아세요? 집 구할때 중개인분이 그러는데 이번에 월세사기도 터졌다고 합니다. 부동산 갭투자 방식이랑 비슷했는데...(중략)...그거 방법이 진짜 기가 막힘.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단 게 더 기가 막힘"이라는 소셜미디어에 개인이 올린 글이 담겼다.
게시글에는 사기 수법도 상세히 소개돼 있다. 해당 글을 살펴보면 △C가 살고있는 전세집이 경매 넘어감 △경매에서 B가 A(집주인)에게 낙찰받고 계약금(?)을 줌 △그럼 소유권이 그 계약금 준거로 B가 집주인으로 바뀜 △B가 서류상에 경매기록 남겨지기 전에 월세로 집을 올려놓음 △D가 문제없는 집으로 알고 월세 들어옴△C는 경매 넘어갔대서 쫓겨났다가 A가 돈 계속 안주고있으니 돈 줄때까지 방 안빼겠다하고 다시들어가려는데 이미 집에는 D가 살고있음 △세입자인 C와 D는 서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법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매 절차와 법을 악용한 신종 돈벌이 수법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딱히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 월세자의 경우는 기본적인 등기부등본만 잘 확인하더라도 위 같은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회 연구위원은 "경매에서도 전세끼고 사는 갭투자 방식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사기로 보기엔 애매하고 편법으로 돈을 버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위 사례를 살펴보면 배당요구 안한 선순위 임차인 얘기인 경우인데, 이 때는 낙찰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인수하게 된다"며 "그런데 법인으로 낙찰 받아서 우리 줄 돈 없고 집행해봤자 돈 없으니 조금 받고 나가라고 협상하는 것이고, 그럴 수는 없으니 법인이 낙찰 받은 집을 다시 재경매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게 사기로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한 게 원래 낙찰자가 임차인과 협상을 해서 임대차보증금 줄여나가려는 절차가 관례적이고, 임차인도 못 받으면 법인 재산에 강제집행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월세 피해와 관련해서는 "월세 거래 시 부동산중개앱이나 중개인 말만 믿고 거래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기본적인 등기부등본만 확인해도 위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