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대출 규제 '풍선효과' 현실로···월세 시장 불안 가중
부동산 시장, 대출 규제 '풍선효과' 현실로···월세 시장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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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 44%
대출 규제 강화 발표 이후 월세거래, 값 치솟아
주거 선호 높은 단지선 몇십%씩 월세 뛰기도
불안정한 집값에 보증금 떼일 걱정 심리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대출 규제에 따라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지속되는 전셋값 상승에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월세 시장에 유입되며, 공급 부족으로 인한 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의 전세와 월세 등 임대료의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과 무관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누적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 폭은 4.43%로 매매가격 상승 폭 1.84%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 시장이 주택 매매에 대해 '관망' 추세로 돌아섰고, 또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다수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는 임차인에게는 월세 등 주거비 절감, 임대인에게는 다른 주택 구입을 위한 종잣돈 역할을 해 과거부터 선호되는 제도였다. 그런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오히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 통계 등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월 35.9%(1만7656건 중 6339건)에서 이달 13일 기준 44%(3467건 중 1526건)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먼저 대출 규제 등의 강화를 지목한다. 시중은행이 일제히 전세 대출 금리를 인상해 자금 마련이 힘들어진 수요자가 많아졌고, 집주인의 '갭투자'를 차단할 목적으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과 조건부 전세 대출 등의 전면 금지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이 같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발표 후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린 8월 이후부터 월세가 뛰기도 했다. 올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셋값은 평균 5.2% 올랐는데, 최근 3개월 동안 2.8% 상승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매매 대기 수요가 위축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하는 임대 수요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최근 월세가 급등하면서 전세가를 밀어 올리거나, 전세가 오르면 월세로 이전하는 형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매매 중심 대출 억제와 전세까지 관리하는 분위기로 가면서 가계부채를 계속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출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심권이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단지에선 월세가 몇 십 %씩 치솟는 기현상도 보였다. 일례로 성동구 트리마제 전용 84㎡는 올해 2월 보증금 1억, 월세 750만원에 거래됐는데, 4월에는 월세가 1000만원으로 뛰었고, 지난달에는 보증금까지 높여 3억원에 월 1100만원에 계약됐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 7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90만원선에 거래되다, 지난달 같은 보증금에 월세가 175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나왔다. 마포구 대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연초만 해도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월세 360만원선(20%↑)의 매물만 인근 부동산에 나와있다.

반면 예금 금리는 이번 기준 금리 인하와 함께 향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놓도록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 이율)은 4.6%~5%로, 시중은행의 현 정기 예금금리(~3.55%)보다 높다. 즉, 집주인 입장에 전세로 종잣돈을 받아 이자수익을 내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고공행진하던 집값이 보합세에 들어선 가운데 전셋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없어, 집값 불안 심리에 큰돈을 맡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도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전세 계약이 끝나면 다시 전세를 놓지 않고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면서 월세를 높이는 경우가 늘었다"며 "전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세입자들은 전세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월세를 내는 것이 위험 부담이 더 적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월세 강세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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