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4곳 만 남아 '25%룰' 무의미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 항목도 신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방카슈랑스 판매비중 25%룰'이 20년 만에 완화된다. 특정 보험사의 시장 독점을 막고자 도입한 판매비중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방카슈랑스 등 금융기관보험대리점 판매비중 규제비율을 현행 25%에서 △생명보험시장 33% △손해보험시장 50% 혹은 75%로 1차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손보시장의 경우 시장에 참여하는 보험사 수에 따라 50%(4개사 이상 참여) 혹은 75%(4개사 미만)가 적용된다.
규제 합리화를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먼저 운영, 규제변경 효과를 테스트한 후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혁신금융서비스 1년차인 올해에는 현행 25% 규제비율을 보험업권별 33~75%로 1차 완화한 후 규제완화 효과 및 보험회사 재무영향 등을 점검한다. 2년차 판매비중은 점검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 판매비중 규제를 완화하는 배경으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꼽았다. 지난 2003년 도입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은행(방카슈랑스), 카드사(카드슈랑스), 농·축협, 증권사가 보험대리점으로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채널은 기존 보험 판매채널 영향 등을 고려해 모집상품, 인원, 방법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2005년부터 특정사 모집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등을 판매하지 못하는 등 상품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다른 채널 대비 모집 수수료 상한이 낮게 설정(GA·전속설계사 대비 50~70% 수준)돼 상품가격이 저렴하고, 불완전판매비율도 다른 채널 대비 최대 4분의 1 수준이어서 소비자 친화적인 채널로 평가된다.
그러나 판매비중 규제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최근 시장위축 등으로 일부 보험사가 금융기관보험대리점과의 판매제휴를 중단하면서 판매비중 규제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을 보다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규제 완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다만, 같은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계열사 판매비중은 25%(생명보험사)로 유지한다. 또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제휴 보험사별 판매비중을 월별 공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 상품 제휴 요청을 거절·차별하지 못하도록 조건도 부과한다.
중·소형 보험사들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공정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동종·유사상품 비교·설명의무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급전용' 상품인 보험계약대출에 우대금리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약관에 따라 실행되는 보험금의 선급금 성격으로, 심사 없이 신청만 하면 즉시 대출이 나와 급전용으로 활용돼 왔다.
우대금리 세부 적용 기준 및 할인폭은 보험회사별로 자율 운영한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정하는 일정기준을 초과하는 고금리 보험상품의 계약자나 고령자인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주요 업무원가가 낮은 비대면 온라인 채널 이용자, 일정기간 대출이자 미납이 없는 건전 차주, 보험료 미납시 보험계약 유지를 위한 자동대출 실행건 등에 대해서도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우대금리 제공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은 "장기 시계를 갖고 있는 보험상품 특성처럼 보험산업도 장기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내재화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오늘 논의가 그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