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의 호들갑…오늘은 나무심는 날
열도의 호들갑…오늘은 나무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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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내일(5일) 북한이 로켓을 쏘아 올리더라도 시청자 여러분은 나무도 많이 심고, 나들이도 하면서 휴일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대응이 이기는 길입니다." "물론, 저희들은 비상근무를 할 겁니다."

북한이 미사일인지 위성인지 분명치않은 물체를 발사한다고해서 하루종일 시끄러웠던 4일 MBC 뉴스데스크의 토일요일 진행자인 김세용, 손정은 앵커의 '클로징 멘트'다. 원래 클로징 멘트는 평일 진행자인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트레이드 마크. 실제로 평소 김-손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이날은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돋보였고, 무엇보다 공감이 갔다.

바로 그날, 북한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로켓발사준비가 완료됐다며, 곧 로켓을 쏘아올릴테니 지켜보라는 듯이 특유의 '들뜬 어조'의 성명성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이 각종 국제기구에 통보한 로켓발사 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

이때부터 일본의 호들갑은 시작됐다. 우리정부나 국민들은 의외로 차분한 반면 ,일본은 유난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것이 최근의 분위기. 미국도 시시때때 적절한 성명은 발표했지만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결국, 북한에서 일이 터지기전에 일본에서 먼저 일이 터졌다. 낮 12시를 갓 넘긴 시간,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가 북한이 로켓으로 보이는 듯한 물체를 쏘아올렸다는 자막방송을 뉴스속보로 황급히 내보냈다. 그리고, 잠시후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앵커가 미사일과 유사한 물체를 발사했다고 방송했다. NHK를 필두로 후지TV 등 여타민간방송들도 경쟁적으로 같은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런 황망하고 민망한 일이. 불과 5분도 안돼 사실이 아니라는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오보였다.

이날 오보는 해프닝이요, 국제적 망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내막을 보면 그렇다. 일본 정부가 이날 낮 12시16분께 위기관리센터가 각 성·청은 물론 지자체와 언론기관을 연결해 운용하고 있는 'Em-Net'이란 시스템을 통해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발사 시설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비상체’가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송했다. 그리고, 약 5분 만에 ‘탐지 오류’로 정정 발표했다.

이에 Em-Net을 인용해 이를 긴급타전했던 일본의 공영방송 NHK를 비롯해 이를 인용해 보도에 나섰던 각 국 언론들도 불과 몇 분 만에 급히 정정 보도를 내보내는 소동이 빚어졌던 것.

처음에는 마치 'Em-Net'이란 시스템의 오류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알려졌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단순한 기술적 실수나 오류가 아니었다. 뒤늦게 확인된 바로는 일본정부가 비행물체를 잘못 인식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닌 해프닝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요격을 하겠다며 호들갑을 떨던 일본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발사체를 제대로 탐지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이 보다 훨씬 더한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요격을 할수 있단 말인가.

호들갑속에 벌어진 소동은, 그 보다 더한 파괴력으로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자국민들에 대한 안전을 확신했던 일본 정부부터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들의 실망감은 말해서 무엇하랴.

일본의 연립여당 공명당의 한 간부는 “이처럼 중요한 일에 꼴불견이 됐다”며 한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공명당은 발사 소식을 접하자 마자 비난 성명을 발표했으나 잘못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취소해야 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새라도 날아든 것이냐”며 황당해 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도 “위기관리 능력의 허술함이 드러났다"며 "아소 총리는 ‘만전 태세’를 강조했지만 발사 전부터 해결 과제가 나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일본의 과민반응, 어쩌면 당연하지만 웬지 북한에게 '한 방' 먹은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로켓은 아직 쏘지도 않았는데. 핵무장을 통한 군사대국화의 명분쌓기를 위한, 이른바 '의도된 엄살' 아니냐는 시각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김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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