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경제평론들
외눈박이 경제평론들
  • 홍승희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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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경제를 둘러싸고 과거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입장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은 진보적 주장들이 공개적, 대중적으로 드러나 보이지 못했었다면 이제는 공공연히 개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그 일거수 일투족이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수위원회 면면들로 인해 그 충돌이 더욱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노당선자 지지자든 아니든 대다수 국민들은 일단 차기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재벌이나 그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측들은 예상대로 개혁에 거부감을 여지없이 표시하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의 인수위를 향한 반박성 발언은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재벌들의 불편한 심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

재벌개혁이라니, 우리나라에 재벌은 더 이상 없다’는 반박이 그 전반적 발언의 진의를 무엇보다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이런저런 논란과 시비가 일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재벌의 지배력을 둘러싼 수구와 개혁의 갈등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기업 주식을 자식에게 상속하되 이리저리 돌려가며 세금 회피를 해가며 지배력까지 상속하는 방식이어서 대중적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런 상속 방식이 제약받는 것을 법이론을 동원해가며 반대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개혁 요구-정확히 표현하자면 뭔가 지금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 지식이나 정보가 충분치 못하다. 따라서 어느 쪽이 보다 논리적 설득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개혁과 반개혁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여론매체-특히 영향력있는 신문, 방송 등에서 경제적 변수들을 해석하는 방식들이 참으로 그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채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사안별로 적용되는 논리도 수시로 왔다갔다 하지만 대중들로서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반박할 수 없다.

때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정도의 느낌을 갖지만 그게 무엇이라고 꼭 집어 지적할 수 없으니 그저 답답한채 왜곡된 논리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환율 현상을 예로 봐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베이스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 타당하지만 동시에 지금 치솟고 있는 유가상승의 압박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도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고가 수입품이 넘쳐날 위험도 지적돼야 하겠지만 또 동시에 수입품의 증가는 물가상승 압박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지 않은가. 금리 논란 역시 예대금리차가 지금처럼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금리를 내리면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거나 산업활동이 활성화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서민들의 소득이 늘지 않은채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 대출금리 인하으로 소비가 늘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요즘 분배냐, 성장이냐도 새로운 논란거리인 듯 싶은데 박정희정권 이래 분배와 성장은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서로 배치되는 개념으로만 이해돼 왔던 관행이 여전히 현재의 경제평론들을 관통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분배가 성장의 견인차라는 노당선자의 논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로 폄하되거나 묵살된다.

과연 분배와 성장은 서로 궤를 달리하는 두 마리 토끼인가. 아니면 성장론자들의 주장처럼 서로 배타적 선택의 대상인가. 소득격차가 일정 수준까지는 그런 논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소득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가는 현재의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을 키워가자면 그 격차는 이제 줄여가야 한다.

분배정의가 일정 정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는 사회적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은 평형상태가 유지될 때 어떤 운동도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형상태가 깨지고 그 불균형상태가 매우 커질 때 격렬한 운동이 일어나며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태를 만들어간다.

같은 논리로 소득격차가 전혀 없다면 그런 사회도 분명 경쟁을 촉발시킬 기제 상실로 정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소득격차가 어느 시점에서 고착화돼도 그 사회 또한 운동력을 상실하며 정체를 면하기 어렵다. 마치 움직임이 없는 고인물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역으로 소득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갈 때 그 불안정성으로 인해 변혁의 힘이 폭발하게 된다. 지금의 한국사회 상황이 바로 그런 시점이며 그 힘이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드러났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격차가 고착화되면 성장잠재력은 제로를 향하게 될 것이다.경제평론들도 이제 기존 시각을 이리저리 꿰맞추며 드러나는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구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안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갖고 있는데 더 이상 외눈박이로 상황를 보고 재단하는 방식은 점차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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