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라니..."
"판결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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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회장 사면추진 각계 반응 ,"국익 명분이지만 더 높은 가치추구해야"
"이학수 부회장 사면 명분없어...총수일가체제구축 위한 전략기획실 부활증거"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사면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여당에서까지 이 전회장의 사면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이학수 전 부회장의 사면까지 거론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삼성그룹의 총수체제 복귀를 추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시민단체·여당 의원, "사면은 적절치 못해"
최근 청와대가 내년 초 이건희 전 삼성 그룹 회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 전 회장의 사면론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전 회장의 후원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의 건의에서 시작됐다. 이후 재계까지 나서며 이 전 회장 사면 여론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이 전 회장의 사면 여부와 폭,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2일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이 전 회장 사면문제에 대해 "법무부 입장은 정해졌지만 대통령 재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 전 회장의 사면 추진을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은 24일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 등 부정비리 경제사범 사면방침과 관련, "대법원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명박 정부는 경제 회생과 동계 올림픽 유치 등을 내세워 사면권을 행사하려 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삼성일반노조, 용산범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은 차명자금 조성과 세금 포탈 등으로 지난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범죄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회견에서 "이는 비리 재벌에게만 관용을 베풀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통념을 국민에게 안겨주는 것"이라면서 "용산 철거민과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 언론노조원 등 양심수들은 사면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모든 양심수들에 대한 수배조치를 해제하고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국회 법사위 소속 이주영 의원 역시 같은 날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에 대해 "이 시점에서 사면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회장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것이 지난 8월이기 때문에 불과 4개월 밖에 안 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범죄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그런 자연적 정의가 있다"며 "이런 정의가 살아 숨쉬는 법치국가다우려면 아직은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위원 한 분이라도 더 나가서 스포츠외교를 펼쳐야 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이런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도 자제할 수 있어야 발전된 민주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 족쇄를 풀어주고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그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법치국가의 국격을 세우는데 두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 사면도 검토
이 전 회장의 사면 뿐만 아니라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사면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어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의 경우 IOC위원으로서 평창올림픽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전 부회장의 경우 사면을 해야할 명분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마다 무슨 기념일만 되면 재계는 마치 가진 자의 특권이나 되는 듯 기업인 범죄자들을 사면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며 "불법을 저지른 일부 기업인들의 기를 펴주는 것보다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더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면론은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번 사면 건의에 이 전 부회장이 포함된 것은, 이번 사면 여론이 겉으로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바라는 체육계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그룹, 특히 과거 전략기획실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부활했으며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복귀와 이재용 씨의 승계를 최종 목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며, 이 같은 정황은 최근의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도 확인되는 바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 지배체제 재구축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고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삼성그룹에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사면을 선물하는 것은, 청와대가 나서서 총수일가의 지배체제 재구축을 거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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