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수수료 인하 '눈치 작전'
펀드 판매수수료 인하 '눈치 작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수료 내린 증권사는 3곳, 펀드 9개 불과

판매사 차별성 없어…투자자 이동 '시큰둥'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펀드판매사이동제가 실시된지 두 달이 되었지만 펀드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는 증권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펀드이동제에 대한 기대와 달리 수수료 인하를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 중 선취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한 펀드는 70개다. 펀드이동제 참여 대상이 아닌 키움증권이 수수료를 면제한 61개 펀드를 제외하면 선취수수료를 면제·인하한 펀드는 9개에 불과하다.

펀드이동제 참여 증권사 40개사 중 수수료 면제·인하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단 3곳 뿐이다. 그나마도 NH투자증권의 수수료 면제는 5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펀드판매수수료 인하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거나 '유관기관의 방침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 또는 '업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판매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힌 증권사도 상당수 있다.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에 굳이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수수료나 보수 인하 조치는 회사의 수익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수료는 유지하면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증권사의 솔직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대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적으로 펀드 신규·이동 고객에게 각종 경품을 제공하고 펀드리콜제·분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각 증권사 서비스의 내용에 큰 차이가 없어 투자자들에게 선택권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수료 인하 등 실질적 혜택 없이 각종 경품 이벤트만 제공될 경우 고객유치전이 과열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펀드판매사 이동 실적이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재원에 따르면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실시된 이후 지난 17일까지 판매사를 옮긴 펀드 규모는 1758억원이며 일평균 50억원 미만이 이동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동가능펀드 규모인 116조 2000억원의 0.15%에 불과하다. 이동건수도 일평균 280건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면서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이라며 "판매사 이동제 실시 초기이기는 하지만 판매사간 실질적인 차별점이 없어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이동해야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