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 속 자사주 매입 '열풍'
조정장 속 자사주 매입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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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지·매각 차익 '일석이조'
"펀더멘털 개선 우선돼야"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임애신 기자] 최근 조정장이 길어지자 적정 주가를 형성하기 위한 대주주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불안 속에서 주가가 하락하자 최대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증권사와 건설사 대주주들의 자사주 매입이 눈에 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증권주의 최대주주 지분변동 신고 건수는 ▲4월 29건 ▲5월 47건 ▲6월 2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2009년 증권업종의 월 평균 최대주주 지분변동 신고 건수가 25.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지분변동은 과거 평균에 비해 81% 증가한 셈이다.

증권사 별로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의 지분율(보통주)은 3개월 사이에 0.07%, 양홍석 부사장은 0.49%, 이 회장의 딸 양정연씨는 0.02%로 확대됐다. 신영증권 원국희 회장도 보통주를 15.88%에서 15.93%로, 우선주는 1.71%에서 1.91%로 확대했다.

또 SK증권의 대주주인 최신원 SKC 회장은 보통주 지분율을 0.12%에서 0.17%로 늘렸다. 현대증권 최경수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달 27일 500주를 주당 1만400원씩 매입했다. 매입 대금 규모는 520만원이며 보유 주식은 6700주에서 7200주로 늘었다.

특히 유화증권 윤장섭 회장은 거의 매일 적게는 500주에서 많게는 2000주까지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유화증권 공시 125건 중 10건을 제외하고 윤 회장의 자사주 취득 관련 공시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자사주 지분율은 보통주  0.34%, 우선주는 0.32% 늘었다.

증권사 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의 최대주주 및 경영진들도 자사주 매입에 발벗고 나서 주가 부양에 힘쓰고 있다. 정부 및 금융권의 부실기업 퇴출 계획 등이 건설주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성지건설이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모면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운 지난 5월 31일과 지난 1일 각각 자사주 4만6290주, 2만7770주를 매수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18일에도 부인 김영혜 씨와 각각 자사주 2만5650주와 3만7680주를 사들인 바 있다.

한라건설은 지난달 24일 정몽원 회장과 딸 정지연 등 특수 관계인이 회사 주식 11만3800주를 장내매수 했고, 계룡건설도 지난달 27일 최대주주 이인구 명예회장이 설립한 계룡장학재단을 통해 7800주를 장내매수 했다. 또 태영건설은 1월부터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한미파슨스의 최대주주인 김종훈 회장 역시 지난 1·3일 이틀에 걸쳐 1만 여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통해 경영 의지를 피력할 수 있고 저평가된 자사주 매입을 통해 향후 매각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솔로몬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7월 지수 상승 사이클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공시는 대부분 자사주 매도였고, 최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은 주로 사이클상 저점에 나타났다.

한 증시 관계자는 "기업들이 펀더멘탈에 기인한 것이 아닌 단순히 주가 유지만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향후 매각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단순히 자사주 매입이 주식상승을 야기한다는 믿음을 버리고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초한 투자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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