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통제권과 주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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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로 6.25가 발발한지 꼭 60년이 지났다. 그 직전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이후 전작권) 환수 유예 얘기가 퍼져 나왔다. 한 갑자의 세월이 흘러도 6.25의 후유증은 여전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군의 전작권이 미국에 전적으로 이양된 것이 바로 6.25에 유엔군이 참전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후 작전권을 되돌려 받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1968년 박정희 정권이 먼저 작전권의 반환을 요구했고 역대 한국 정부는 꾸준히 이를 돌려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문민정부 시절 비로소 평시작전권을 넘겨받았고 참여정부에서 2012년 전시작전권까지 넘겨받기로 한`미간 합의했다. 비로소 한국군의 작전권이 온전히 한국군에게로 넘어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최근 전작권 환수 계획을 다시 한국 정부가 먼저 유예시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도 30년 이상 일관되게 이어져온 역사의 흐름이 한순간에 되돌려질 수 있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작전권 환수 유예 움직임이 이는 이유와 관련해 천안함 때문이라느니, 북한의 핵실험 때문이라느니 여러 추측성 분석들만 나올 뿐 그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드러난 움직임이라면 이 문제를 통해 다시 한번 한반도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싶은 일각의 욕망들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의 3대 요소를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배웠다. 그 가운데 국민이나 영토 문제는 약간의 갈등 소지는 있을지언정 비교적 그 규정이 명확한데 비해 주권에 관해서는 명확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기억도 갖고 있다.

부분적인 주권으로는 경제주권이니, 식량주권이니 하는 식의 표현들이 등장했지만 주권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도록 제대로 설명 듣지 못했다. 헌법 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추상적 문구만을 외웠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권이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우리의 안위를 우리 스스로 지키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남의 나라에 내 안위를 맡기고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국민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주한다던 일본은 지금 군국주의의 길로 매진한다는 주변국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군대조직인 자위대를 키우고 강화하는 일에 열심이다. 이미 우리의 해군에 해당할 해상자위대 항공모함을 국제분쟁지역 근방까지 진출시키며 군사강국으로 나아갈 예행연습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과거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주함으로써 경제강국으로 커나갈 수 있다고 떠들었다. 국방비를 절약하고 미국의 확실한 우방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체제에 편안히 정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미 그런 잇점은 다 사라졌다. 미군 주둔은 적어도 한국의 국방예산을 절약하기는커녕 막대한 분담금 출혈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세계는 이제 포스트 아메리카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다. 미국 중심체제가 붕괴된 것은 아닐지라도 이미 붕괴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물론 세계적 강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 당분간 미군의 주둔을 필요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의 필요보다는 미국의 필요가 더 우선한다는 점을 우리나 그들이나 다 잘 알고 있다. 미국이 미국의 필요에 의해 한반도에 머무는 것이라면 우리는 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외교적으로 우리는 당당하게 미국에 주둔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경제적 실익은 없을지라도 외교적 카드로서는 꽤 쓸 만한 패를 쥘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군을 통제해달라고 매달리는 꼴을 보여주려 한단다. 명나라의 원군을 받아들이고는 왕부터 중신들까지 일개 파견군 장수에게 절절맨 것도 모자라 그 명나라가 망하고도 몇 백 년을 떠받들던 조선의 사대주의 망령이 아직도 이 땅에 횡행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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