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속 금통위 금리결정은?
글로벌 환율전쟁 속 금통위 금리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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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Chief Economist 박형중

일본이 제로수준으로 금리를 낮추었고, 5조엔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 역시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조 달러 안팎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EU, 영국 등 여타 선진국들도 국채매입과 같은 추가 유동성 공급책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다시금 재개된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어 불과 지난 달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에 팽배했던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자취를 감추고 있고, 경기회복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 약세 흐름이 예상되는 달러 등 선진국 통화에 투자하는 대신 한국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환경변화로 신흥국 통화는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 원 달러 환율도 1110원대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환율전쟁 가능성이다. 글로벌 경제가 만족스러울 만큼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일본은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 바 있고, 추가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에게는 위안화 절상 폭을 확대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단 환율 전쟁이 가져올 부작용(글로벌 교역량 감소 및 세계경제 성장세 악화) 등을 감안할 때 환율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개최 예정인 G-20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이고, 국제공조 등 해법이 모색될 것이기 때문에 각국 환율 수준은 각 국가가 한 발씩 양보하는 타협안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요국의 경기 여건 등을 살펴보면 선진국 통화 약세, 그리고 신흥국 통화 강세 흐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앞으로도 추가적인 강세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환율과 관련해서 볼 때 오는 14일에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기 여건만으로 보면 한국의 독자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대내여건을 보게 되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9월 소비자물가가 3.6%를 기록하면서 물가가 3%대로 진입한 상황이고 총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이번 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한은 금통위의 금리정책 실패가 최근 원/달러 환율의 빠른 하락에 한 몫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즉 지난 번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올해 안으로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감을 형성하게 했고 이 때문에 외국인의 한국채권에 대한 순매수가 증가한 것이 환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환율 하락세도 완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번 주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는 것보다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경제전반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한다. 단기적인 시야에 급급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된다면 국내의 물가상승 압력은 계속해서 누적되면서 향후 경제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기준금리 동결기조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국내채권 순매수 기조가 강화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외경기 여건에 맞추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는 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주 개최 예정인 금통위의 금리결정, 그리고 금통위 이벤트가 가져올 환율 변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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