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1위" 발표에 경쟁사 '발끈'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서미선기자] 2015년까지 최대 10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은행권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을 제치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자 국민은행이 '발끈'하는 분위기다.
27일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퇴직연금 총 자산관리 수탁고는 25조9559억원으로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4조882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국민은행(4조7212억원), 우리은행(4조3325억원), 기업은행(3조592억원), 하나은행(2조4241억원), 농협(1조9807억원), 산업은행(1조8280억원), 외환은행(1조3624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전체 시장의 적립금액 규모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는 업권이다. 특히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수탁고는 16조원 규모로 은행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과련 최근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시장점유율을 두고 1% 내외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국민은행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과열경쟁 자제'를 당부한 금융당국의 지침 때문에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마지막 분기까지도 국민은행 실적이 더 좋았다"면서 "일시적인 시점에서 1위 달성을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각 은행별 실적이 서비스품질이 아닌 지분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작년 상반기 퇴직연금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KT가 8000억 규모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자금을 집행했을 때 우리은행(20%)과 신한은행(13%)에 대거 몰아준 바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 측은 "국민은행이 영업채널이 많아 개인퇴직계좌 상품이 강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신 신한은행은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상품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운용관리적립금은 시점에 따라 변동이 클 수 있지만, 자산관리수탁고는 경쟁사와 격차를 많이 벌려놓았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신경전은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시장은 매년 약 2배씩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반 사업장에서도 퇴직연금제도를 본격 도입하면서 기업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300~500인 규모 사업장에서도 퇴직연금을 많이 유치했다"면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지난 2010년말 29조였는데 2011년말 49조로 1년새 20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편, 퇴직연금이란 퇴직금을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에 적립해 회사를 그만둔 뒤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이다. 퇴직연금은 운용 및 지급 방식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퇴직계좌(IRA)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맡겨 운용한다.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근로자의 개별 계좌에 적립해주면,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운용을 지시한다. 개인형 IRA는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퇴직금을 계속 적립해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