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유동성 장세'…"하반기 차이 있을 것"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코스피가 6개월 만에 2020선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승세가 2009년과 닮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는 상이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5일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009년과 현재의 증시 흐름을 비교 분석했다. '닮은 꼴'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파른 급등세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는 이날 연초대비 10.89% 상승했다. 지난 2009년 상반기에도 코스피는 50%나 급등해 1450선을 기록한 바 있다.
대외 악재를 이겨내고 오른 장세라는 점도 유사하다. 지난 2009년 당시 지수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신용경색과 심각한 경기침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반영됐다. 현재 증시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지만 유동성 확대에 따른 안도랠리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상황이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하반기까지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경기회복 신호와 함께 삼성전자의 2009년 2분기실적 호전 등 기업실적 개선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시장에도 2009년과 같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하반기의 가파른 강세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 및 유럽의 유동성 확대 기대는 물론,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도 이를 뒷받침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막연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지난 2009년과 같은 경기부양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어렵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유동성이 실물로 빠르게 전이되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선행지수 방향은 코스피 지수와 다소 상이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2009년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이 강한 공조를 띄었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양적완화 당시 상품가격 강세로 화학, 정유, 철강까지의 이익개선이 타나났으나, 지금은 유럽이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달러약세로 상품가격 강세가 나타나기 어렵다
며 " 특히 중국의 투자 성장이 둔화돼 수요로 인한 가격 강세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초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올 초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승세만 보고 하반기 장까지 상승 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2009년 당시에는 돈을 풀어야 한다는 걸 전 세계가 인정했고 브릭스(BRICs) 수요도 있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유럽 재정을 감축하는 게 급선무고 선진국 소비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