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에서 미국이란?
한국정치에서 미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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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기 내각 인선이 삐걱거린다. 일명 강부자 정당이라 불리는 새누리당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입김이 이리저리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은 대목들이 두어 군데서 발견되어 더 신경 쓰이게 한다.

가장 많은 의혹과 구설이 따르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와 아직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 유령 부처로 남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그 경우다.
 
10가지가 넘는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병관 내정자가 한미연합사에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으로 함께 일했던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김 내정자에게 보낸 지지 서신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물론 서신 내용을 보면 함께 일했던 동료로서 의례적인 칭찬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반자로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이를 공개하는데 동의함으로써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국방장관 자리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한미연합사령관으로 한국에서 몇 년씩 근무했다고는 해도 연합사의 한국군 외에 달리 한국인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는 그의 눈으로 섣불리 한국의 국방장관으로 최고의 자격을 갖췄느니, 마느니 하는 표현을 쓴 서신 내용을 공개용으로 보냈다는 점도 거슬린다.
 
김종훈 내정자는 처음부터 이중국적이 말거리가 됐다. 장관직 제의를 받고 부랴부랴 한국 국적을 재취득한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는다니 그렇다고 하자. 문제는 장관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점인데 아직 시민권 포기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는 점이 먼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청문회 준비에 바빠서 뒤로 미뤘다고 하니 그럴 수는 있다고 일단 이해하고 넘기자. 어차피 시민권 포기 신청을 해도 통상적으로 2~3개월은 걸린다고 하니.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 한다. CIA, 즉 미국 중앙정보국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했었다는 것이다. 또 그로 인해 미국 정부가 시민권 포기 신청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미국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물론 김 내정자의 미국내 지인들이 그의 한국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본인의 얘기로 봐서는 미국 정부조차 그의 한국행을 내심 지지하고 있을 수 있겠다 싶지만.
 
제는 어느 부처라 해도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그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첨단과학 분야를 맡을 부처인데 이중국적자인 미국시민이 장관으로 있어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소리들이 들린다는 점이다.
 
미국을 영원한 우방이라고 믿는 이들 생각에야 별일 아니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국방 부문에서 우방이라고 산업이나 과학에서도 순수하게 우방일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렬한 다툼에서도 보았듯이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보자면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로 비쳐진대도 변명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맨 날 북한에서 남한을 괴뢰정부라고 외쳐대던 소리를 사실로 확인시켜주고 싶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중국적자로서 장관직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더구나 정치 스파이 대신 산업`기술 스파이가 판치는 세상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라면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다.
우방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외부에서 국내 정치에 콧김이라도 불어넣으려는데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면 그 결과는 늘 비참했다. 역사가 그렇게 말해준다.
 
고려왕조 후기에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어 왕 조차도 원나라의 지지를 받아야 오르고 그 지지가 사라지면 쫓겨나는 치욕을 겪었다. 그나마 몽골의 말발굽이 지나가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왕조가 고려이긴 했지만 황제국에서 왕국으로 지위가 격하되고 원제국의 영향력에 나라가 좌지우지됐다. 그런 처지를 벗어났을 때는 이미 국력이 쇠해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원병을 보낸 은혜를 입었으니 내내 충성해야 한다며 이미 망한 명나라 이름 붙들고 씨름한 조선 왕조가 끝내 외세에 의해 망했다는 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런 역사 속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자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도 모르는 장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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