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강만수의 산은'과 '홍기택의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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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박근혜 정부가 정책금융체계 개편을 통해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을 결정했다. 이로써 과거 이명박 정부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분리까지 감행하며 추진했던 산은 민영화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사실 산은 민영화 실패는 이미 예견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 산은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 된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직후인 지난 2009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산은을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명분 아래 산은법을 개정하고 2014년까지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하지만 산은법 개정 당시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정책금융'을 축소시킬 이유가 있느냐는 것. 더욱이 당시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어서 민영화의 사전 정지작업인 IPO(기업공개) 시점조차 잡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정책금융 부문의 역할 이관을 통해 그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며 기관 분리를 강행했다. 이후 3년여동안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는 역할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과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 재정비 및 700여명에 달하는 인력충원에 나섰다.
 
특히 산은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대 회장으로 발탁하면서  체질개선을 꾀해왔다. 취임직후 2년여 기간동안 수신기반 확대라는 취지하에 소매금융지점을 크게 늘렸고 '다이렉트뱅킹' 도입에 따른 인력확대에 적극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무려 700억원대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정책금융공사 역시 자체적인 전산개발과 인력충원을 위해 1800억원대의 자금을 소진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MB정부 시절 산은 민영화 추진 명목으로 투입된 자금이 총 25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에 따른 비효율성은 '통합 산은'이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각됐다. 정책금융공사가 재통합에 대해 격렬히 반대한 것도 이같은 이유와 무관치 않다.

통합직전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어난 인원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가 됐다. 홍 회장은 당장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지만, 양 기관의 중복업무가 일원화되고 소매금융 부문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유휴인력을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도록 정부정책이 수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분리와 통합 과정은 단순히 국정철학에 따른 개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손실이 너무 크다. 정책금융의 단순한 '회귀'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강만수 회장 발탁에 따른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무리하게 강행됐던 IPO 및 소매금융 확대가 전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일차적인 책임은 분명 이명박 정부에 있다. 민영화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상황에서의 '마이웨이식' 경영이 자칫 막대한 비용요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때문이다.

강 전 회장의 2년간의 행보는 결국 '뚝심'이라기보다 안팎의 비판을 등한시하고 자신의 치적을 쌓기위한 '독단'에 불과했음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요인을 발생시킨 강 전 회장은 소매금융 확대 등의 성과급 명목으로 임기동안 매년 5억원 가량의 연봉을 챙겼다.

지난 2009년 장관출신인 강 전 회장을 차관급인 산업은행장에 임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안팎의 예상을 뒤집고 은행장 임명을 덥썩 받아 든 강 전 회장. 당시 제기됐던 '이상한'(?) 모양새에 대한 의문의 열쇠가 이같은 결과에 있다고 하면 무리한 해석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아래 취임한 홍기택 회장 역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강 전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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