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한해 사이에 무려 4단계나 추락했다. 일본을 추월했던 국가경쟁력에서 다시 역전이 일어났다. 경제성장이 무난하다고 평가된 지난해의 성과가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목표달성이 염려스러운 올해는 또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근심스럽다.
국가경쟁력 순위를 22위에서 26위로 떨어뜨린 항목들을 보면 주요 4개 부문 가운데 경제 성과와 인프라는 각각 지난해 순위를 지켰으나 정부효율성은 20위에서 26위로 무려 6단계나 추락했고 기업효율성은 34위에서 39위로 5단계 밀려났다.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으로 효율성을 강조해왔던 조직인 정부와 기업이 그 효율성에서 순위가 부쩍 뒤로 밀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부연 설명된 부분을 보면 관세장벽과 조세회피가 경제를 위협하는 정도, 고령화 위험 등이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단시일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여 앞으로도 당분간 순위 회복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기업효율성 분야에서는 회계감사의 적절성과 시장변화 적응성, 노사관계 생산성 등이 두루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분야 모두 꼴찌에 가까운 성적표를 보였지만 특히 회계감사의 적절성은 6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59위를 기록해 기업경영의 투명성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노동권 보장 부문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면치 못했다. 그 이유로는 지난해 KTX의 대량해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판결,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서 반려 등이 꼽힌다. 우리를 후진국으로 머물게 하는 요인들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사회 지도층들이 갖고 있는 ‘지배자 발상’이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지배자 발상이 비용효율만을 생각하다 숱한 생명을 잡아먹고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으로 나타난다. 무조건 빠른 것이 좋은 것이라는 조급증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물들어 버린 사회적 증상이 돼버렸지만 이로 인한 위험도 사회 도처에 똬리를 틀고 있다.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가 밀린 나라들 대부분이 주요 신흥국들이라는 점이 유독 눈에 띈다. 중국이 21위에서 23위로 떨어졌고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 등 소위 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죄다 순위가 밀려났다.
성장을 위해 국가 내부의 안정을 희생하고 단기간의 성장을 이룬다 한들 국가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그 성장 동력을 유지시켜갈 수 있겠는지 정치인은 생각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생각해야만 한다. 정치인들은 당장 코앞의 표가 급하지만 국민들은 자신은 물론 자자손손 물려가야 할 나라의 일이니 더 먼저,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해야만 한다.
선거 때만 잠시 잠깐 고민해보는 것으로 국민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간단치가 않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것을 여론이라고 한다면 그 여론조차 지금은 지배자 발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언론은 여론을 정직하게 반영하기보다 광고주의 눈치를 보고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짙어지고 있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회적 개조가 시급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 신임총리 내정자가 국가 개조를 입에 올렸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 개조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혹여 이 사회의 지도층을 위한 개조로 나아가지 않을지 끊임없이 감시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지 않고 나만 앞서 가겠다는 이들이 이 사회의 미래를 멋대로 이끌도록 내버려 둬서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나라의 미래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위기 극복을 위해 떨쳐 일어난 것은 민초들이었다. 대한제국이 식민지로 전락할 때도 지배층에서는 반역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민초들은 의병으로, 훗날 독립투사로 투쟁에 나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IMF 위기 때도 아기 돌반지까지 들고 나온 것은 평범한 장삼이사들이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