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카드채 해법의 그늘②
(연속기획)카드채 해법의 그늘②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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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가 없다...' 284만 신용불량자 언급 없어
정부의 이번 카드채 해법은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와 연기금 보유 카드채는 전액 6월말까지 만기를 연장하고 투신사 보유 카드채는 50%만 만기 연장을 하며 나머지는 상환해 주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조치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미 발생한 284만명의 신용불량자, 그 중에서도 카드빚 때문에 생긴 167만명(전체 60%)의 신용불량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카드사들이 연체율 증가로 인해 발행한 채권이 만기가 돌아와도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돈이 없다는 데 있다. 상식적으로 이 문제의 해법은 신용불량자를 줄여 연체율을 낮추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만 초점을 두고 카드사가 갚아야 할 돈을 은행, 증권, 보험사들이 대신 갚아줄 것을 종용했다. 금융권 협조라는 허울 아래 카드사 부실을 금융권 전체로 전파시킨 것이다. 결국 고객 돈을 굴리는 투신사는 카드사로부터 받아야 될 돈을 은행, 증권, 보험사들로부터 5조6천억원 긴급 지원 받아 환매에 응하는 꼴이 됐다.

게다가 정부는 카드사에 대해 작게는 2천억원부터 많게는 1조원 이상씩 신규로 자본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빚을 갚기 위해 더 큰 빚을 내라는 얘기와 같다. 이를 두고 외국자본계 대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의 성공 확률을 나름대로 판단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최소한의 선택권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기에 정부 대책은 만약은 없고 오로지 성공 시나리오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정부의 카드채 해법은 없는 돈을 억지로 만들고, 주변에서 긁어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런 미루기식 해법을 두고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금감원 한 인사는 4·3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냐고 오히려 되물으며 한 때 잘못된 정책 때문에 300만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이 사채시장 등 금융권 밑바닥에서 두고두고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문제의 핵심은 통제불능인 연체율인데 이 문제는 대책에서 빠진 것 같다며 정부의 알맹이 없는 대책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최근 연체율이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아마도 대환대출로 빚을 연기시킨 결과가 통계에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용불량자를 줄이려면 사회 전체적으로 신규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되면서 빚을 갚지 못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실 분위기는 정반대다.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청년실업자 비율은 IMF 직후 상황인 10%선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덕적 해이까지 생겨 신용불량자들은 정부와 금융기관의 빚탕감 정책을 주시하며 오히려 채무자가 큰소리치는 새로운 문화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직원들이 부서 관계없이 수시로 카드 신규회원 확보에 시달리는 판인데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줄어들겠냐며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신용불량 양산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성토했다.(실제 인터뷰 도중에도 카드사 영업 직원들이 두 번 사무실을 다녀갔다.)

정부가 이미 발생한 284만명의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곳은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 뿐이다. 그러나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11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채무조정을 확정한 인원은 총 4천288명의 지원자 중 1천507명에 불과하다. 이나마도 지난 달 11일, 노대통령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자 3월에만 507명 승인자를 집중시킨 결과다.

이를 놓고 금융계 한 인사는 신용복지위원회 공무원들 월급하고 채무조정 금액하고 비교해 보면 아마도 공무원들 월급이 더 많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또한 이 인사는 일반인들이 워크아웃 제도를 빚탕감으로 오해할 지 모르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금융질서에 역효과이기 때문에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도 정책자는 들은 척도 않더라며 오히려 예산만 최대로 확보해 필요 이상의 직원들만 뽑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금융계 일각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놓고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같은 서민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라민 은행은 1976년 방글라데시의 한 경제학자가 세운 은행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중점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은행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빈민 5명이 그룹을 지어야 하며, 한 달 준비기간 동안 대출 심사를 받은 뒤 의무적으로 주1회 회의를 해야 한다. 만약 대출 뒤 한 사람이라도 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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