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수분양자···한달 새 입주율 6.5%↓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길어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청약불패라고 여겨졌던 서울 신축마저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피' 매물이 등장하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실감케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주택 대출 규제 강화에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11월 준공예정인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 미아'의 분양권에는 전용별로 1000만~7000만원의 마피가 붙어있다. 이 단지는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 초역세권에 위치하고, 인근에선 10여년만에 공급되는 신축으로 2022년 분양 당시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으로, 바로 인근의 구축 아파트보다 2억~3억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대표적으로 다음 달 입주를 앞둔 경기 트리우스광명에서도 현재 5000만원 마이너스피가 붙은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조합원 소유의 매물의 경우 1억원까지 마피가 붙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에 상황을 문의하자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보니 매물 물량 자체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매매가 어려울 것을 직감하고 대다수 수분양자들은 전세입자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올해 및 내년 입주를 앞둔 수도권 아파트에선 5000만원 이하의 마피, 또는 무(無)피가 주를 이루고, 프리미엄이 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은 최근 몇년 새 지속돼 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의 1㎡당 평균 분양가는 1420만3000원으로, 올해 9월(1338만3000원)보다 6.13% 뛰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45.76% 급등한 것이다. 3.3㎡(1평)당으로 환산하면 4695만2000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신축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집값 상승기에는 수도권 주요 입지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분양권에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분양가 논란과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 대출 규제 등이 더해져 상황이 돌변했다. 특히 9월 시행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가산금리 상승 등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보단 경기·인천, 서울 강남보단 강북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 대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아파트는 분양받으면 입주 전까지는 중도금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납부하다가,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대출로 갈아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대출 한도가 갑작스럽게 축소되면서 돈줄이 막혀 급하게 분양권을 파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수분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입주율을 조사한 결과, 10월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7.6%로, 9월 대비 6.5%포인트(p)나 하락했다. 미입주 원인은 '잔금대출 미확보'가 30.9%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양권 시장에서는 한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서울에서는 아직 미분양이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도와 인천은 입지별 차별화가 극명하고, 주변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다면 굳이 웃돈이 붙는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있고, 신축 아파트값도 지속적으로 오른 만큼 당분간 신축 단지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동안 신축 선호 트렌드에 신축 아파트값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정비사업 지원책과 대출규제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신축 아파트값 하락 폭이 구축보다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