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모포 속 임 병장은 '가짜환자'…왜 그랬나?
하늘색 모포 속 임 병장은 '가짜환자'…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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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 측 "명예실추…국방부에 항의 정정요청"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들것에 실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에 덮힌채 구급차에서 내려져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던 임모 병장은 위장된 가짜였다."

군 당국이 23일 자살 시도 직후 병원으로 후송한 동부전선 총기난사범 임모 병장의 강릉아산병원 도착 당시, 임 병장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대역을 내세워 취재진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후 생포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방송은 군 당국이 내세운 '가짜 임 병장'의 후송 화면으로 내보냈고, 시청자들도 감쪽같이 속았다. 이튿날 신문에 실린 사진도 마찬가지다.

24일 KBS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군은 이날 후송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아산병원으로, 2대는 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 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19 구급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

특히, 군은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장병을 임 병장으로 취재진이 오인하도록 응급실로 이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그 사이에 진짜 임 병장은 이미 응급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후송 작전'을 벌인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에게 보고됐고 그렇게 하기로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릉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산병원에 취재진이 많더라도 포토라인을 만들어 임 병장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면 될텐데 굳이 '가짜 임 병장'까지 내세워 언론과 시청자들을 속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당시 국방부는 임 병장 생포 직후 그를 후송하는 병원이 처음에는 국군강릉병원이라고 했다가 강릉 동인병원으로 변경한 뒤 다시 강릉 아산병원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출혈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취재진이 임 병장이 후송되는 병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아니라 당시 동인병원으로 향한 구급차 2대도 취재진의 눈을 돌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방송에는 태백산맥의 날씨가 좋지않아 헬기를 통해 (서울로) 후송하지 못했다는 자막이 뜨기도 했다.

한편, 강릉아산병원측은 경영진도 모르는 요청과 협의가 있을 수 없고 군이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국방부 대변인실에 항의하고 그같은 내용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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