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AI로 먹거리 창출···고령화 대비 시급"
"韓물가, 亞서 높은 수준···물가 고려 통화책 필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PF 리스크가 제2금융권에 특히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2금융권에서 PF 리스크가 집중된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현 S&P 글로벌 레이팅(Global Ratings) 상무는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Global Economy, Path to Rebalancing'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위기요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 금융산업의 기회와 도전'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 상무는 금융산업 위기요인으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증가 및 부동산PF 신용위험 △높은 민간부채 수준 △내부통제 이슈에 따른 평판 리스크 등 3가지를 꼽았다.
현재 우리경제 최대 해결과제로 꼽히는 부동산PF와 관련, 김 상무는 "2008년에는 은행들이 주로 PF대출을 내줬지만 점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PF리스크가 비은행권으로 이전하게 됐다"며 "특히 비은행권은 상업용 부동산PF 개발 초기 단계(브릿지론)의 리스크에 많이 노출됐는데 증권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브릿지론 수준이 전체 PF 익스포저의 30~50% 수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부 소규모 제2금융권 기관들을 중심으로 악재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민간부문 부채가 높다는 점도 위기요인으로 제시됐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98.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채의 또 한 축인 기업부채도 1분기 기준 GDP 대비 123.0%로, 홍콩(261.0%)·중국(170.6%)·싱가포르(127.2%)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김 상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민간부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늘어난 부채가 고금리 상황을 마주하면서 리스크도 커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런 경제 위기 속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성장 활로로 삼을 수 있는 기회 역시 열려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활용 △판관비 등 운영비용 감축을 통한 효율성 개선 등을 기회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AI 기술과 관련해 김 상무는 "금융산업 안에서 AI를 통한 절차의 자동화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예측력을 높여 직원들이 보다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맞춤화된 상품으로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며 "산업 발전에 있어 AI기술이 점차 '게임 체인저' 역할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따른 미래 효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물가 중심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잇따랐다. '글로벌 정책 전환기 세계경제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라울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팀장은 아시아의 물가상승 압력이 다른 국가들보다 낮은 상황에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물가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이나 대외적인 상황보다 내부 상황과 국내 물가에 집중하면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경제와 중국·일본,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코허이 AMRO(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정책당국은 재정여력 회복,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초점을 두는 동시에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한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현재 공적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낮아서 충분한 은퇴자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연금, 퇴직연금 시장을 발전시키려는 은행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한민국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있는데, 이 부동산을 민간 주택연금이라든지 유동화시장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유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은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와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자산형성 방법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자산승계나 케어가 필요한 주거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