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분양 시기 분산으로 공급조절"
공공택지지구 우선공급 등 인센티브 검토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최근 주택시장에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주택공급 조절 방안의 일환으로 준공이 임박한 시점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후분양제'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 당장 분양시장에 나오는 공급량을 줄여 주택수요를 기존 주택시장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일 국토교통부와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주택공급 조절 방법으로 건설사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아파트 분양시 후분양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아파트 분양은 착공과 동시에 이뤄지는 '선분양' 형태가 대다수로, 후분양은 건설 공정률 80%가 지난 뒤 입주가 가까운 시점에 분양하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주택공급 방식이 선분양 일변도라서 분양시장이 활황기일 때 인허가 및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집중돼 미분양을 양산하고 주택시장 침체를 가져온다"며 "그 대책으로 논의 중인 것이 후분양 물량을 늘려 분양시기를 선분양과 분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분양을 확대할 경우 착공과 동시에 시장에 나올 분양물량이 미뤄져 단지 규모 등에 따라 1년 반에서 2년가량 분양시점이 늦춰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대부분 분양대금이 일찍 회수되는 선분양을 선호하는 만큼 후분양을 선택한 업체에게 공공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 우선공급 권한을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주택용지의 경우 최근 분양시 수십개의 건설사들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공공택지 우선공급 권한을 부여할 경우 후분양을 선택할 건설사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후분양을 하면 분양대금이 빨리 회수되지 않아 건설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 국민주택기금에서 건설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후분양을 정부가 강제하거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인허가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또 다른 규제가 돼 의무화하긴 힘들다"며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선택해 공급시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후분양 물량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난해 정부가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 '확대'에서 '축소'로 전환했음에도 민간 분양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약 22만가구로,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총 인허가 물량이 정부 목표치(37만4000가구)보다 10만여가구 많은 48만가구에 달할 것이라며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는 7.24주택수급조절방안에서 민간 공급물량을 줄이기 위해 건설사가 후분양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대출보증을 10% 추가 제공하는 등의 '후분양 대출보증 제도'를 도입했다. 또 수도권 지자체 정책협의회를 통해 미분양 누적지역의 주택사업승인을 최대한 억제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후분양 대출보증의 경우 이용실적이 거의 없고, 지자체장이 주택 인허가를 제한한 사례 역시 단 한 건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공분양 물량을 꾸준히 축소하고 있지만 민간 건설사의 공급물량은 정부가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후분양 확대를 통해 건설사 스스로 분양물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에서는 후분양 확대의 성공 여부는 '인센티브'의 정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우선 공급권을 부여해준다면 매력적인 제안임에 틀림없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좋기 때문에 후분양을 선택할 회사가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라며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나와 봐야 판단이 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추진해 온 중소건설사들은 택지 당첨 기회가 줄어들어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