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한 지붕(애스턴마틴) 두 가족(딜러)
[현장클릭] 한 지붕(애스턴마틴) 두 가족(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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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애스턴마틴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저희는 대결 구도로 비춰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쪽이 어떻든 저희 계획대로 진행할 겁니다"

영화 '007'의 제임스본드의 차량으로 익히 알려진 애스턴마틴이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를 두고 연초부터 업계가 적잖이 시끄럽습니다. 지난해 애스턴마틴 서울이 런칭한 후 이달 기흥인터내셔널에서 '공식 딜러'를 자칭하며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죠. 취재 전화를 걸 때마다 양측은 비교를 자제해달라고 하지만, 한 브랜드에 판매상이 둘인 꼴이니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26일 기흥인터내셔널이 애스턴마틴의 판매 라인업과 가격을 공개하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물론 수입상이 다른데 수억짜리 고급차의 가격이 같을 수는 없겠죠. 그런데 가격 편차가 상당합니다. DB9과 라피드 S, 뱅퀴쉬 등 전 라인업을 보면 기흥인터내셔널이 애스턴마틴 서울보다 판매가가 6000만원 가량 더 낮습니다. 웬만한 수입차 가격 한 대 가격입니다.

'소수의 부호들을 위한 차'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합니다. 일각에서는 애스턴마틴 서울의 폭리 논란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두 회사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애스턴마틴 서울은 여성 의류업체인 크레송의 신봉기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로, 애스턴마틴의 미국 공식 딜러를 통해 차량을 들여옵니다. 애스턴마틴 서울 측은 지난해 브랜드 런칭 행사를 통해 영국 본사와 공식 딜러 승인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은 다른 회사에 넘어갔습니다.

지난해 말 애스턴마틴 영국 본사는 기흥인터내셔널을 공식 딜러로 지정했습니다. 기흥인터내셔널은 최근 애스턴마틴 뿐 아니라 고급 스포츠카 맥라렌의 수입 경로를 열었고, 할리데이비슨을 들여오는 기흥모터스의 자매회사이기도 합니다.

애스턴마틴 서울 측은 자사의 수입 차량의 경우 거의 풀옵션에 가깝기 때문에 옵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합니다. 영국 본사에서 직수입하는 것 보다 미국에서 판매망을 한번 더 거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지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국내 시장보다 미국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터라 미국 딜러에서 들여오는 가격이 더 경쟁력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양사 판매 모델의 옵션과 가격 차이를 세세하게 비교해보진 않았지만, 기흥인터내셔널의 가격은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기본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가격 차이는 수긍할 만 합니다. '비스포크' 방식으로 맞춤 제작되는 롤스로이스는 옵션에 따라 차량 가격에 수천만원이 붙는 건 다반사니까요.
 

▲ 지난해 9월 서울 마리나&요트 클럽에서 열린 애스턴마틴 서울 브랜드 런칭 행사에서 신봉기 대표와 배우 이동건의 모습 (사진 = 송윤주기자)

먼저 브랜드를 알린 만큼 아직까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한 것은 애스턴마틴 서울입니다. 지난해 브랜드 런칭 시 회사가 밝힌 사전 계약 대수는 30대 정도였습니다. 이날 애스턴마틴의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이동건은 신봉기 대표와 사이가 각별해 직접 모델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억대의 고가의 차량인만큼 일반적인 판매 전략보다 인맥 등으로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인식으로는 공식 딜러인 기흥인터내셜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기흥인터내셔널의 정비사 5명은 애스턴마틴 영국 본사로 날아가 트레이닝을 받고 왔고, 앞으로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차량을 만든 본사에서 직접 노하우를 배우고 왔으니 정비 기술도 좋아졌겠죠. 기흥인터내셔널은 오는 4월 서울 서초동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함께 오픈할 예정입니다.

애스턴마틴 서울은 청담동 매장 인근에 위치한 수입차 정비 전문업체 스피젠모터스의 정비 센터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착공하는 자사 법인의 호텔에는 애스턴마틴 전용 전시관과 서비스 센터를 개설하고, 호텔 프리미엄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미국 딜러로부터 정비 인력을 영입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양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나름의 계획으로 계속 전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식이냐 비공식이냐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더 많이 팔리는 쪽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동안 두 회사의 가격 논쟁은 계속될 것이고, 애프터 서비스(A/S)도 비교 대상에 오를 겁니다. 한편으로 적절한 경쟁에 따라 소비자가 더 좋은 가격과 품질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애스턴마틴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나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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