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에게 1천285만달러(약 146억원)베팅해 독점 교섭권을 얻어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로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9일(현지시간) "박병호 포스팅의 승자는 미네소타"라고 밝혔다. 같은 시간 미네소타 구단 역시 트위터를 통해 "박병호와의 교섭권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 측과 30일간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박병호와 미네소타 구단이 합의에 이를 경우 박병호는 전 팀 동료였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두 번째로 '꿈의 무대'를 밟게 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네소타 구단은 포스팅 금액을 돌려받고, 박병호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모색하거나 넥센에 잔류하게 된다.
미네소타는 1901년 워싱턴 세네터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후 1961년 연고지 이전과 함께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름을 바꿨다. 세네터스 시절인 1924년과 1987년, 1991년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부터 2010년 사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를 6차례나 우승했지만, 5번은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고 2002년에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무릎을 꿇는 등 가을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으로 올 시즌 83승 79패를 기록하며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이어 지구 2위를 차지했다. 시즌 막판까지 와일드카드 진출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이로써 만년 하위권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
미네소타는 통산 3천 안타 이상을 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자리한 스타 출신 폴 몰리터 감독이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고 팀의 체질을 바꿔 강팀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네소타 구단이 한국과 일본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한 포스팅시스템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네소타는 2011년 일본인 내야수 니시오카 쓰요시 쟁탈전에서 532만 9천 달러를 적어내 독점 협상권을 확보하고서 그와 3년간 925만 달러에 계약했다.
미네소타는 LA다저스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구단이 아니다. 선수단 연봉을 합한 페이롤 순위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18위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때문에 미네소타가 박병호 포스팅에 1천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하지만 팀 사정을 들여다 보면 나름 납득이 된다. 미네소타의 최대 약점은 공격력에 있다. 팀 타율은 0.247로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중 14위에 불과하다. 팀 홈런 개수도 156개로 10위다.
간판스타 조 마우어가 올 시즌 10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했다. 포수에서 1루수로 전업하면서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한 이유는 거포 우타자의 보강에 있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할 경우 하락세가 뚜렷한 조 마우어와 박병호를 1루수로 번갈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1루수 대신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미네소타는 올해 후반기 지명타자를 맡은선 젊은 슬러거 미겔 사노를 좌익수로 돌려 공격과 수비 조직력을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오랜 기간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ESPN에서 미네소타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대런 울프슨이 "미네소타는 박병호가 16살 때부터 지켜봐왔다"고 말할 정도다.
한편, 박병호는 KBO에서 올 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을 기록 리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올랐다.
미네소타가 홈으로 쓰는 타깃필드는 비대칭 구장으로, 홈에서 왼쪽 펜스까지 거리가 103ｍ, 오른쪽 펜스까지는 100ｍ다. 역시 홈에서 좌중간 펜스(115ｍ)가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111ｍ)보다 길다. 우타자보다는 좌타자에게 유리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이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걸림돌이 아닐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