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취임하면서 '4세 경영' 체제가 막이 올랐다. 박 회장을 비롯해 두산계열사 요직을 맡고 있는 또 다른 4세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의 맏손자다.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세에 해당한다.
두산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박두병 회장의 아들(6남 1녀 중 여섯째)이다. 박정원 회장의 취임에 따라 두산그룹 경영권은 박용곤 회장(첫째)부터 박용만 회장까지 이어온 3세 경영체제에서 4세로 넘어갔다.
두산그룹은 '형제경영' 시스템을 유지해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 이전에는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넷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다섯째) 등이 회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박정원 회장은 2012년부터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해왔다.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의 성공여부는 박 신임 회장 경영능력에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전망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어로 키워나갈 것이고, 면세점 사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신규 사업 개발 시도가 전 부문에서 이뤄지도록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서원 부사장을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해, 면세점 사업을 맡기면서다.
박서원 전무는 세계적인 광고상을 석권할 만큼 광고디자이너로도 명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으로 두산 경영에 관여하게 된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면세점에 진출하기 전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등 중공업 사업이 성장정체를 맞으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다시 소비재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박서원 전무의 그룹 내 입지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박정원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면세점 사업에서 두산은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5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에 4세에는 박용곤 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있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 부회장은 ㈜두산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두산엔진 부회장도 겸하면서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은 박정원 회장의 여동생으로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박용성 전 이사장의 차남으로 미래성장부문장을 맡고 있고, 장남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이다. 차남 박형원과 삼남 박인원은 각각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두산중공업 전무를 맡고 있다.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은 박용만 회장의 차남으로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유지해 아버지 밑에서 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