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화장품·음료 용기, 전자기기 터치패널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 특허출원에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출원 심사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정유섭(인천부평갑)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금지 물질을 활용한 특허출원은 지난 20년간 2만3692건으로 집계됐다.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생명공학 및 의약·화장품, 유무기화합물, 고분자 관련 전체 특허출원 29만2145건의 8.1%에 달하는 수치다.
특허청은 특허법 제32조에 따라 유독물질 및 금지물질의 제조기술이나 이를 활용한 제품에 대해 유해성·위해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허청은 유해·위해성 심사 없이 관련 특허를 허가했다. 지난 2006년 10월 두산은 '벤지딘화합물' 제조 특허출원을 받았다. 해당 특허는 화장품과 음료 용기에 쓰이는데 벤지딘은 췌장암, 방광암 유발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2006년 초 금지물질로 지정됐다.
또 특허청은 2008년 덴마크 작물보호기업의 제조특허 국내 출원 신청을 허락했다. 해당 기업의 특허에는 맹독성 농약성분으로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데다 암유발 위험이 있는 '디메토에이트'가 포함돼 있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터치패널 전자기기에 대한 2010년 특허출원에서 절연유로 '폴리염화폐비닐(PCBs)'을 사용할 수 있다고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폴리염화폐비닐 역시 암 유발 맹독성물질로 지난 2007년 국내에서 퇴출이 결정된 금지물질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원료물질이었던 △PGH △PHMG △MIT △CMIT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1207건, 특허청 심사 후 등록결정된 것도 569건에 달했다. 옥시싹싹을 최초개발 판매한 SK케미칼의 CMIT·MIT 살균제 관련 특허출원도 101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화학물질 관련 특허출원 시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심사에서 유해성․위해성 여부에 대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특허심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특허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