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해양으로 뻗어 대륙과 다리 되는 비전 갖자"
해수부장관, 국무회의서 국회·정부부처·지자체 배포 건의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집무실에 걸려 있는 '거꾸로 세계지도'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5회 국무회의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꾸로 세계지도 사용 협조 요청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날 거꾸로 세계지도에 대해 "북반구를 밑으로, 남반구를 위로 제작한 것으로, 우리나라 위쪽에 넓은 바다가 펼쳐져 바다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진취적인 기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를 배후지로 하여 대양으로 나가는 부두모양이며, 일본은 이 부두를 보호하는 방파제 형태를 띠고 있어 한반도가 해양진출의 천혜의 요충지임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거꾸로 보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정말 좋다. 지금까지는 피해의 관점에서 지정학적 위치를 보았다면, 이제는 해양으로 뻗어나가면서 대륙과 해양의 다리가 되는 비전을 갖자"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거꾸로 세계지도는 길광수 박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가 해양국가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1996년 고안했다. 하지만 거꾸로 세계지도를 널리 소개한 사람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다.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아야 위대해진다." 김 회장의 철학이다. 김 회장은 2000년 펴낸 책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김영사)에서 "우리가 그동안 봐온 지도 속의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이라는 것. 17년 전 펴낸 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해양 정책을 주장한 셈이다.

   
▲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해양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알리고,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거꾸로 세계지도를 만들어 배포키로 했다. (사진 = 해양수산부)

김 회장은 '재계의 장보고', '원양업계의 대부' 등으로 불린다. 1958년 국내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참치 잡이를 시작한 뒤, 원양어선 선장과 선단장으로 남태평양과 인도양 등을 누비며 '캡틴 김(Captain Kim)'으로 명성을 떨쳤기 때문이다.

참치를 잡아 수출하며 달러를 벌어들이던 김 회장은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동원그룹을 일궈냈다. 김 회장이 1981년 설립한 동원식품(현 동원F&B)은 1982년 국내 첫 참치 통조림(동원참치캔) 출시한 뒤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금융업에도 뛰어들었다. 1981년 인수한 한신증권은 한국투자증권, 한국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몸집을 불렸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인 김남구 부회장은 김 회장의 장남이다.

김 회장의 집무실에는 거꾸로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이 지도에서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 끝에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다. 해양개척과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김 회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김 회장에 대해 "원양어선을 타고 파도와 싸우며 익힌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사업의 위기국면을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김 회장은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란 도전정신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거꾸로 세계지도에 담긴 경영철학을 토대로 성공신화를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