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重 노사, 임금·구조조정 놓고 평행선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여름휴가가 마무리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일부 조선사 노사가 임단협 타결을 이뤘지만, 여전히 대형 조선사 노사의 경우 임금과 구조조정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4일 임단협 본 교섭을 정회하고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열린 2016년 임단협 이후 1년이 넘도록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기본급 20% 반납을 골자로 한 임단협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아울러 노조가 기본급 반납으로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하면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 없이 올 한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열린 6차 통합교섭에서 "우리가 수주할 것이 유력했던 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중국이 수주하는 등 원가 경쟁력에 있어 중국과 비교가 안 된다"며 "올 하반기 이후 회사 일감이 우리 구성원들이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고 노동조합도 그런 차원에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반박하고 있다. 고정연장근로와 휴일 특근 폐지 등으로 이미 고통을 분담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급 20% 반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고정연장근로와 휴일 특근 폐지 등으로 이미 상당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업황이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올해 2분기 2조7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흑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회사는 종업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임금 반납을 철회하고 교섭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중공업도 노사 간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견차로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회사 측은 노동자협의회(이하 노협)에 2018년까지 대리·사원 임금 10% 반납, 1개월 이상 순환휴직, 희망퇴직 검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부터 박대영 사장을 비롯해 임원, 부장, 차·과장이 각각 임금의 전액·30·20·10%씩을 반납하고 있다.
이는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라 향후 3년간 총 직원 1만4000명 중 인건비를 30~40% 줄이겠다고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사측은 자구안 이행을 위해 희망퇴직과 휴직, 임금 반납 등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협은 회사 측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측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이행할 경우 노조를 설립하는 등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매주 2~3차례 노사가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사는 일찍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달 28일 노사 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64.7%의 찬성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로써 현대미포조선은 2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노사는 기본급 동결(정기승급분 2만3000원 별도),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지급, 무재해 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2.9% 인상, 성과급 200% 등을 요구했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은 경영 성과급 연말 지급, 고정연장 관련 임금조정, 사내 근로복지기금 5억원 출연, 노사협력대상 수상 등 기념 상품권 50만원 지급, 노사 제도개선위원회 구성, 협력사 처우 개선에도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