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가계부채가 1,400조 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들어서도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증가율 제로에 이르지 못했으니 총액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증가율 107%, 10.3% 등 10%를 넘던 것이 9.5%로 그 폭을 줄였으니 어찌 보면 다소 개선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 지점에서 관찰을 계속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가 하면 종합부동산세도 과세대상자가 지난해보다 18.4%가 늘어난 40만 명에 이르렀다. 그래서 올해 종부세 증가액 1,400억원을 포함한 총액이 1조8,000억원이나 된단다. 종부세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상승에 더해 다가구 보유 가계의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 증가의 한 몫을 부동산이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 적합해 보인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는 부동산 경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소소한 사업자금용 대출들이 모두 가계부채로 잡힌다. 어느 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큰 한국에서 조기 퇴직자가 늘수록 가계부채 규모는 커져갈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강화시켜 온 한국에서 대기업의 덩치는 커지면서 오히려 고용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쉽사리 바뀌기는 힘들다.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 육성을 외쳤지만 실상은 늘 대기업의 원심력에 의해 잘 성장하던 중소기업들마저 대기업에 흡수되는 일이 빈번했고 따라서 독립적 중소기업들이 성장할만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아예 대기업에 의해 생태계 파괴가 더 잦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어떻든 가계부채 수요는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부동산 경기도 마냥 묶어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더욱이 자영업자 증가도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니 당분간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둔화시켜가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되도록 방치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즘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거론되는 국내 기준금리인상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계는 있다.

이미 1금융권에서 밀려 2금융 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계가구의 생계용 가계부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 이 부문의 부실화 우려를 간과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따라서 금리인상에도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제당국에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금리변동 시 통상 0.25%씩 오르내렸으나 이제는 그 폭을 0.125% 정도로 더 좁히면서 대신 분기별로 혹은 4개월 단위로 조금씩 올려 충격을 완화시키는 장치 마련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경제성장 속도가 이미 둔화된 지 오래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변동 폭을 좁히는 문제에 대해 숙고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물론 그렇다 해도 가계부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한계가구 문제에는 여전히 해답이 없다. 취업률을 높이는 데 정부가 골몰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획기적으로 한계가구를 줄일 방법은 없다.

이 부분은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오히려 금융부실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융기관 공동 참여를 통한 사회적 기금을 조성해 한계가구 구제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이미 금리인상 효과를 선점한 금융권에서 꽤 많은 수익을 올린 상태이니 지금쯤 그런 대비책을 스스로 만들어내서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 공적 역할이 아니라 주체적인 공적 기능 회복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다.

작금의 정치풍토나 사회적 요구 등을 볼 때 정부가 나서서 기금을 조성한다거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금융권이 정부에 대해 좀 더 자주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능동적으로 공적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게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한계가구를 가계부채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것은 금융권 스스로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가. 이는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내는 일거양득의 묘수가 될 수도 있다. 부실화도 방지하고 홍보효과에 따른 신뢰도 제고도 바라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