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 배달서비스 법규 위반 '논란'
은행 외화 배달서비스 법규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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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법 시행규칙상 불가능…우정사업본부 "시범운영 문제없어"
법조계 "개정 의도로 봐야…특정업체 이익 염두에 뒀다면 특혜"

[서울파이낸스 손예술 기자] KB국민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손잡고 내놓은 '외화배달 서비스'를 놓고 관련 법규가 개정되기도 전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행령 규칙 개정을 앞두고 무엇을 위한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있어 자칫 특혜시비로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선보인 외화배달 서비스는 현행 우편법 시행규칙 상 불가능한 사업이다.

외화배달 서비스는 미국 달러, 엔, 유로, 위안, 바트, 홍콩 달러 6개 통화를 150만원(원화 환산 기준)이하를 환전신청자가 지정한 장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지난 16일부터 서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한해 실시 중이다.

우편법 시행규칙 제29조(통화등기)에 따르면 국내 통화, 즉 원화에 한해 100만원까지 등기로 배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취급하는 외화는 국내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배달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우정사업본부는 시범사업에는 시행규칙이 예외로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편법 시행령 7조(우편업무의 시험적 실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우편업무의 관한 새로운 제도를 시험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시행규칙과 맞지 않더라도 시범사업 방식으로 외화배달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사업 담당자도 "현재 원화는 현찰을 배달할 수 있으나 달러는 할 수 없다. 시범사업 형태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의 취지에 대해 "시험적 실시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진 않다. 시범운영 기간을 정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효과가 있다면 개선점을 보완해서 근거를 마련해 법 개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인허가팀도 일단 시범사업 운영 기간은 법규상 위배 사안이 없다고 판단한 상태다.

해당 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할 수 있고, 그 기간에는 시행규칙 개정이 없어도 된다. 이 때문에 법령 위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 2018년 12월 31일 이후에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차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후의 KB국민은행 계획을 들어봐야 한다. 법령 위배 여부가 있는지는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 보는 시각은 약간 다르다. 법개정을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살펴봐야한다는 것.

법조계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와 KB국민은행 간 정확한 계약 내용을 알 수 없어 특혜성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정말 국민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서비스라 규칙이 개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KB국민은행을 위해 미리 시행규칙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인지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정사업본부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계획한 사업이라면 시범운영기간 후에 얼만큼의 수익을 얻었는지, 국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알려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 일각에서는 외화배달서비스에 대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실, 화폐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금융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주 극히 일부 국민들에게 편익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진 않지만 은행권 전체로 확산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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