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유 영업익 급증에 정유사 '방긋'…脫정유 드라이브
비정유 영업익 급증에 정유사 '방긋'…脫정유 드라이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DB

배터리·화학 등 추가 진출 계획 추진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정유사들이 비(非)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탈정유' 전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동안 정제마진(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에 크게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화학·윤활유 등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국내 메이저 정유사들은 지난해에도 비정유 부문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역대 실적을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3조2343억원을 달성해 종전 최대였던 지난 2016년(3조2284억원) 기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46조8265억원으로 전년(39조5205억원) 대비 상승하면서 2015년 이후 다시 40조원대를 회복했다.

SK이노베이션의 최고 실적 배경에는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화학과 윤활유, 석유개발사업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705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은 1조3772을 달성해 2014년(3592억원)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앞서 최근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4625억원으로 전년(1조6169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순이익이 전년 대비 8.8% 늘어나면서 1조31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2016년 순이익(1조2054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 역시 비정유 부문이 사실상 전체 이익을 견인했다. 지난해 에쓰오일의 비정유 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21.4%(석유화학 13.7%, 윤활기유 7.7%)에 불과했으나, 영업이익 비중이 52.6%(석유화학 23.3%, 윤활기유 29.2%)를 차지하면서 3년 연속 비정유 부문에서 절반을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역시 비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의 파라자일렌(PX)은 신규 설비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방산업의 높은 수요 증가로 인해 양호한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벤젠도 제한된 설비증설 속에 글로벌 경제성장 및 신규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실적 공개를 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높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S칼텍스의 비정유 부문 비중은 2016년 35.6%에서 38.7%로,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2016년 3분기 20%에서 지난해 3분기 32%로 각각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이들 역시 지난해 비정유 부문의 수익이 사실상 전체 영업이익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올해도 비정유 부문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차세대 먹거리로 화학 사업과 배터리사업을 선정하고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일부 정유사들이 원유정제 부산물인 나프타(납사)를 분해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핵심원료를 만드는 나프타분해설비(NCC)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해는 비정유 부문에서 안정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해였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로 4조원대 영업이익에 도전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